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부모가 되면 자연스럽게 답을 알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되었고, 책임감도 생겼으니 아이를 위한 선택쯤은 어렵지 않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첫 아이를 키우면서 저는 끊임없이 정보를 찾았습니다. 전문가의 말, 육아 서적, 다른 부모들의 경험담까지 빠짐없이 읽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실수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둘, 셋으로 늘어나면서 이상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정보는 점점 더 많아지는데, 선택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습니다. 같은 방법을 써도 아이마다 반응은 전혀 달랐고, 어떤 선택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차이를 ‘아이 성향’ 정도로만 받아들이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가 흔들리는 지점은 성향의 차이보다 ‘부모인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는지’라는 질문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뭔가를 결정할 때마다 정답을 찾아야 마음이 놓였고, 정답이 있다는 전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모았고, 더 많은 사례를 읽었고, 더 많은 기준을 외워두려 했습니다. 하지만 기준이 쌓일수록 마음이 단단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불안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안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울면 ‘왜 우는지’보다 ‘어떤 방식이 맞는지’를 먼저 떠올렸고, 아이가 떼를 쓰면 ‘지금 어떤 감정을 겪고 있는지’보다 ‘이럴 때는 단호해야 한다’ 같은 문장부터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정보는 저를 도와주는 도구여야 하는데, 그때의 정보는 제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잣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잣대를 들고 아이를 바라보는 동시에 제 자신도 평가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문장을 기준으로 아이를 평가했고, “나는 부모로서 제대로 하고 있다”라는 증거를 찾으려 했습니다. 결국 육아의 현장은 ‘관계’가 아니라 ‘채점’처럼 변해갔고, 저는 아이의 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기보다 매 순간 시험을 치르는 사람처럼 지쳐갔습니다.
육아 정보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이 시기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저는 그 문장들이 주는 확신이 좋았습니다. 확신은 잠깐이라도 불안을 덜어주니까요.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그 문장들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매뉴얼처럼 반응하지 않았고, 부모의 상황과 감정도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날은 아이가 평소보다 예민했고, 어떤 날은 제가 유난히 지쳐 있었고, 어떤 날은 가족의 일정이 꼬여서 모든 게 평소와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평소의 정답’을 끌고 와서 지금의 현실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더 불편해지고, 저는 더 조급해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닫게 됐습니다.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준은 “이 방법이 맞다” 같은 단정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지금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해두는 방향의 기준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날은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어떤 날은 아이의 감정이 최우선이며, 어떤 날은 부모의 컨디션을 먼저 회복해야 아이에게도 안정이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 같은 것들입니다. 저는 그런 기준 없이 ‘방법’만 찾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이 바뀔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고, 다른 의견을 보면 다시 불안해졌고, 결국 선택을 해도 확신이 남지 않았습니다. 기준이 없는 선택은 결과가 좋았을 때도 ‘운이 좋았던 것’처럼 느껴지고, 결과가 나빴을 때는 ‘내가 못해서’로만 해석되곤 했습니다. 그러니 부모인 저는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 셋을 키우며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제게 가장 필요했던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를 스스로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결국 내가 아이를 관찰하고 내 하루를 돌아보며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시작되자, 저는 처음으로 ‘정보를 보며 불안해지는’ 패턴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 저는 선택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맞을까?”를 묻는 대신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기준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 우리 가족에게 맞지 않는 것은 내려놓고,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며 기준을 조금씩 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내려놓는 게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내려놓는다는 건 곧 ‘확신을 포기하는 것’ 같았고, 확신을 포기하면 내가 더 불안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려놓는 연습을 할수록 선택이 오히려 단단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저는 이제 “이 방법이 맞다”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았고, “아이의 지금 상태에 맞는지”를 확인하는 쪽으로 중심을 옮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상황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이 하나로 고정되지 않았고, 그때그때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선택이 조금씩 편해졌습니다. 완벽한 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아졌고, 실수하더라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실수를 ‘내가 부족해서’로만 해석했는데, 지금은 실수를 ‘기준이 아직 덜 선명했거나 상황을 더 관찰할 필요가 있었던 지점’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석이 달라지니 다음 선택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아이를 바꾸려는 마음이 앞서기보다, 먼저 아이와 나를 안정시키는 선택부터 하게 됐습니다. 안정이 생기면 문제는 덜 커지고, 덜 커지면 해결은 생각보다 단순해집니다. 저는 그 단순함이 ‘방법의 단순함’이 아니라 ‘기준이 선명해져서 생긴 단순함’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며 배운 건 결국 이거였습니다. 육아는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상황 속에서 우리 가족에게 맞는 기준을 세우고 조정해가는 과정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늘 흔들립니다. 흔들리기 때문에 기록이 필요하고, 기록이 있어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준이 남는다는 것도 함께 배웠습니다.
이 블로그는 육아의 정답을 알려주는 공간이 아닙니다. 대신 아이를 키우며 겪은 시행착오와 고민,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선택의 기준을 기록하는 곳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참고가 될 수도 있기를 바랍니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지만, 부모마다 기준은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 기준이 ‘대단한 철학’처럼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준은 아주 작은 생활의 문장일 때가 많습니다. “지금은 아이를 설득하기보다 안정시키자”, “지금은 규칙을 강조하기보다 감정을 먼저 확인하자”, “지금은 아이의 리듬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지금은 부모의 숨을 먼저 돌리고 다시 말하자” 같은 문장들이요. 이런 문장들이 쌓이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쉬워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선택 앞에서 덜 흔들리게 됩니다. 저는 그 덜 흔들리는 힘이 부모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 셋을 키우며 더 선명하게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는 ‘잘하는 방법’보다 ‘흔들릴 때 돌아오는 기준’을 더 많이 남기고 싶습니다. 정보는 어디에나 있지만, 내가 흔들렸던 순간과 다시 기준을 세웠던 과정은 결국 내 삶에서만 나오는 것이니까요. 저는 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되길 바랍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정답을 찾느라 지쳤다면, 기준부터 세워도 된다”는 메시지가 되길 바랍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우리는 자주 고립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기록을 읽으며, 조금이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 역할을 이 블로그가 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도 이 공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여전히 흔들립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은, 흔들릴 때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문장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문장들이 쌓이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조금 더 안정적인 하루가 찾아온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 기록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부모에게 조금 덜 흔들릴 수 있는 이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지만, 선택의 기준은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블로그는 부모의 시행착오와 고민을 기록하며 정보보다 ‘현실에서 도움이 되는 기준’을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