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게 이 넓은 세상을 안전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저는 개인적으로 규칙을 잘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안 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충분히 말해 주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늘 아이에게 규칙을 설명하려 애쓰던 부모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 경험을 반복하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말로 설명되는 규칙보다, 부모의 행동으로 보이는 기준이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은 실제 양육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굳이 규칙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언제인지, 그리고 그때 부모인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부모교육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규칙을 말로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일상 속 행동으로 기준을 전달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경험담과 함께 담아 보겠습니다.
규칙의 기준은 부모
아이를 키우며 저는 ‘설명하는 부모’였습니다. 정리를 왜 해야 하는지, 약속 시간을 왜 지켜야 하는지,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말로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가 이해하면 행동도 바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규칙을 어길 때마다 차분히 이유를 설명하려 애썼고, 때로는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설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아이의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설명이 시작되면 아이는 시선을 피하거나 말을 끊으려 했고, “알았어”라고 말하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직 이해가 부족한 걸까’라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설명의 방식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 찾아왔는데요, 어느 날 외출 준비를 하며 제가 휴대폰을 보느라 약속 시간에 늦고 있었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늦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찰나의 순간 저는 아이가 규칙을 몰라서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기준으로 규칙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규칙을 설명하기보다, 먼저 저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규칙의 기준은 곧, 부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부모의 행동
부모교육 관점에서 아이는 규칙을 ‘이해’하기 전에 ‘관찰’한다고 합니다. 특히 어릴수록 언어로 전달되는 규칙보다, 반복해서 보는 부모의 행동을 통해 기준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규칙을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부모인 나의 태도 하나가 훨씬 더 강력한 메시지가 되기도 합니다. 첫 번째 순간은 일상 속 반복되는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 정리 습관을 가르치고 싶을 때, 매번 “정리해야지”라고 말하는 것보다 부모가 스스로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아이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사용한 뒤에는 정리한다’는 규칙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것입니다. 이때 부모의 행동과 말이 다르면, 아이는 말보다 행동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두 번째는 감정과 관련된 규칙입니다. 화가 나도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설명하면서, 부모가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목소리를 높인다면 아이에게 전달되는 규칙은 설명과 정반대가 됩니다. 반대로 부모가 화가 날 때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감정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감정을 다루는 규칙을 말없이 배우게 됩니다. 이 영역에서는 설명보다 본보기가 훨씬 강력합니다. 세 번째는 관계의 경계에 대한 규칙입니다. 예의를 지켜야 한다,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부모가 타인에게 무례하게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아이의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반대로 부모가 아이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일관되게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때, 아이는 규칙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관계의 기준을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저 역시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 설명의 양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약속 시간을 어겼을 때 예전에는 왜 지켜야 하는지 길게 설명했지만, 이제는 제가 먼저 준비를 마치고 차분히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말없이도 상황을 이해했고, 다음부터는 스스로 준비 시간을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칙을 말로 밀어 넣지 않아도, 환경과 행동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규칙을 설명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라 설명이 필요한 순간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부모교육에서 중요한 기준은 ‘이 규칙이 말로 가르칠 영역인지, 행동으로 보여줄 영역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특히 반복되는 생활 규칙과 태도의 문제는 설명보다 행동이 먼저입니다. 부모님들께서 규칙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인 우리 스스로 그 규칙을 지키고 있을 때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통해 이미 충분한 설명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부모가 지키지 않는 규칙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아이에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또한 설명을 줄이면 아이의 반발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는 설명이 길어질수록 통제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부모가 행동으로 기준을 보여주고, 짧고 분명한 말만 덧붙이면 아이는 규칙을 ‘강요’가 아닌 ‘질서’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이는 아이가 성장하며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일관성
앞서 말한데로 아이에게 규칙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은, 부모가 이미 그 규칙을 삶으로 보여주고 있을 때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기억하기보다, 부모가 반복해서 선택한 행동을 오래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교육에서 규칙은 가르치는 대상이기보다, 부모가 먼저 살아내야 할 태도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모든 규칙을 완벽하게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규칙이 그러하듯 규칙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것은 일관성입니다. 부모님께서 실수했을 때 그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 기준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 주며 일관성 있는 행동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다면 우리 아이는 그 규칙이 무엇인지 배웁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는 규칙이 억압이 아니라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약속이라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 아이에게 어떤 규칙을 설명하려고 하셨다면, 잠시만 멈추고 이렇게 질문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지금 이 규칙을 나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아이에게 가장 명확한 설명이 되어 줄 것입니다. 아이에게 규칙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은, 부모인 우리의 행동이 이미 충분히 말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저도 이번글을 통해서 규칙을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