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인 제가 아이에게 사과했던 기억은 있으신가요? 아이에게 사과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거 같습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 권위가 무너질 것 같기도 하고, 아이가 버릇없어질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아이에게 사과하는 일을 피하던 부모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처음으로 아이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글은 이런 경험을 시작으로 작성하게 되었고, 부모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아이와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부모교육 관점에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사과가 왜 훈육을 무너뜨리지 않는지,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과 책임감을 어떻게 키워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부모가 어떤 기준으로 사과해야 하는지까지 현실적인 정보를 함께 담았습니다.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전하고자 합니다.
부모의 솔직한 마음
부모가 되기 전에는 우리 아이에게 늘 옳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화를 내지 않고, 감정을 잘 조절하고, 언제나 차분한 어른이 되고 싶었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육아는 전혀 달랐습니다. 피곤한 날에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반복되는 질문에는 짜증 섞인 말이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이에게 쉽게 사과하지 못했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하면 아이가 부모를 만만하게 보지 않을까’라는 라는 잘못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던거 같습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한 말투로 혼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울음을 참으며 방으로 들어갔고, 저는 훈육을 했다는 이유로 그 상황을 그냥 넘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제 얼굴을 잘 보지 않았고, 평소보다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습니다. 그날 밤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졌고, 그제야 제가 아이의 행동보다 제 감정을 먼저 쏟아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다가가 “어제 엄마가 너무 화를 냈어. 그건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제 품으로 안겼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사과는 권위를 내려놓는 행동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 경험은 제 부모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과가 미치는 영향
부모교육 관점에서 볼 때, 부모의 사과는 아이의 정서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 변화는 아이의 자존감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 아이는 ‘내 감정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이는 아이가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부모가 늘 옳은 위치에만 서 있으려 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무시당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변화는 책임감입니다. 많은 부모가 사과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책임을 회피할까 봐서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엄마가 화를 조절하지 못했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책임을 지는 태도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말로 설명하는 훈육보다, 부모의 행동을 통해 배우는 책임감은 훨씬 오래 남습니다. 세 번째 변화는 관계의 안전감입니다. 아이는 부모가 실수해도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관계는 깨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이는 아이가 친구 관계나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도 큰 자산이 됩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회피하거나 공격하는 대신, 대화와 사과로 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모델을 가정에서 먼저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사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모교육에서 강조하는 사과는 감정적인 반응에 대한 사과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안전을 위해 단호하게 제지한 상황이라면, 행동의 기준은 유지하되 표현 방식에 대해 사과할 수 있습니다. “위험해서 크게 말했어. 놀랐을 것 같아. 그건 미안해”와 같이 행동의 이유와 감정에 대한 책임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이런 기준을 배우기 전에는 사과와 훈육을 혼동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사과는 규칙을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규칙 위에 신뢰를 쌓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완벽해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모습을 보며 신뢰하게 됩니다. 부모의 사과가 반복되면 아이의 말투와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데 덜 두려워하고, 잘못했을 때 변명보다 설명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는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 결과입니다. 아이는 부모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실수는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합니다.
가장 큰 자산
부모님들께서 먼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아이는 중요한 삶의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회복의 기술입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그 실수 이후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라는 사실을 가정에서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됩니다. 부모교육의 목표는 아이를 통제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아이가 스스로를 존중하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부모인 내 사과는 그 목표를 이루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아이에게 사과하는 순간, 우리는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혹시 오늘 아이에게 날카로운 말을 했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한 순간이 떠오르신다면 너무 늦지 않았습니다. 짧은 한마디라도 괜찮습니다. “아까는 엄마(아빠)가 잘못했어. 미안해”라는 말은 아이에게 오래 남는 기억이 됩니다. 그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존중받는 경험이 되고, 부모님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사과할 수 있는 우리 부모님들의 용기는 아이에게 평생을 지탱할 관계의 기준을 남겨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