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 디지털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솔직히 “내가 배운 방식으로 아이를 키워도 괜찮은 걸까?” 하는 고민이 점점 커집니다. 예전에는 성적이나 스펙이 중요하다 여겼다면, 요즘은 아이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거 같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몸으로 느낀 건, AI시대에 결국 가장 필요한 힘은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글을 제대로 읽고(문해력), 스스로 생각해 보고(사고력),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줄 아는 능력(협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엄마로서 제가 겪은 실제 경험들을 바탕으로, AI시대 핵심역량 3가지인 문해력·사고력·협업을 가정에서 어떻게 길러 줄 수 있었는지, 작지만 현실적인 방법들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문해력부터 다시 보게 된 계기
얼마 전 아이가 사회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이 단원 세 번이나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처음에 아이가 집중을 안 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한 번 더 읽어 봐”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저도 인터넷 기사나 긴 글을 읽을 때, 끝까지 읽고 나서도 “그래서 핵심이 뭐였지?” 싶을 때가 종종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순간 ‘아, 이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한 번 더 읽어 봐” 대신, 아이 옆에 앉아서 교과서를 함께 읽어 보기로 했습니다. 단락 하나를 읽고 나서 제가 먼저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단락에서 제일 중요한 말 한 줄만 골라 보자.” 아이는 고민하더니 어느 문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저는 “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자기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아이가 글을 읽을 때 어떤 포인트를 잡고 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문해력’을 단순히 “글을 빨리 읽는 능력”이 아니라, “글에서 의미와 구조를 읽어내는 힘”이라고 다시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몇 가지 작은 실천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한 줄 요약’이었습니다. 책이든 기사든, 다 읽고 나서 “이걸 한 줄로 말하면?”이라고 물어보는 방법입니다. 처음엔 아이가 “몰라요”라고 대답할 때가 많았지만, 제가 먼저 예시를 몇 번 들려주니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두 번째로 해 본 건 ‘키워드 표시하기’였습니다. 중요한 것 같아 보이는 단어에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치게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너가 동그라미 친 단어들만 모아서, 이 글이 말하고 싶은 걸 다시 설명해 볼래?”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표시한 단어들을 보면서 자신의 말로 다시 내용을 풀어 이야기해 보게 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이미 문해력 훈련이라는 걸, 아이와 함께 하면서 몸으로 느끼게 됐습니다. 세 번째는 AI와 함께 문해력 연습을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떤 개념 설명 글을 읽고 난 뒤 “잘 이해가 안 돼요”라고 하면, 그 부분을 챗GPT에 붙여 넣고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더 쉽게 풀어줘”라고 요청해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AI가 풀어준 설명과 원래 교과서 내용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게 했습니다. “어떤 표현이 더 이해가 잘 돼?”, “왜 그렇게 느꼈어?”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문장의 구조와 표현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건 단순히 이해를 돕는 것을 넘어, “글을 어떻게 써야 전달이 잘 되는지”를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작은 시도들을 반복하면서, 저는 문해력을 점수로만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험 문제를 얼마나 맞히느냐보다, 아이가 글을 읽고 “그래서 이 말은 이런 뜻이구나” 하고 스스로 정리해 낼 수 있는 힘이 더 중요하다는 걸, 육아를 통해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AI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보여 줘도, 결국 그걸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건 아이의 문해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얼마나 많이 읽었니?”보다 “읽고 나서 네 머릿속에 뭐가 남았니?”라고 더 자주 묻고 있습니다.
“AI가 맞대요”에 흔들리지 않게, 사고력을 키우는 질문 습관
AI를 쓰기 시작한 뒤로 집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엄마, 챗GPT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아이에게 AI는 마치 뭐든 다 아는 선생님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저도 편하더라고요. 아이가 모르는 걸 물어볼 때마다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대신, “그 부분은 챗GPT한테 한 번 물어볼까?”라고 넘기면 금방 답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가져온 답변을 보고 제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습니다. 과학 조사 과제였는데, 챗GPT의 답변이 어딘가 애매하거나 사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이건 조금 다르게 알고 있는데?”라고 말하자, 아이가 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이, 근데 AI가 이렇게 말했는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AI가 주는 답을 그냥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집에서 “사고력”을 키우는 연습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새로 만든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AI의 답에는 반드시 질문을 한 번 더 붙여보자.” 예를 들어, 챗GPT가 어떤 사실을 설명해 줬다면,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내용 중에서 너는 어떤 부분이 가장 이상하거나 낯설게 느껴져?” 아이가 “여기요, 이 부분은 잘 이해가 안 가요”라고 말하면, 그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질문을 만들게 했습니다. “그러면 이 부분을 더 자세히 물어볼까? 아니면 반대되는 의견도 있는지 물어볼까?” 이런 식으로요.
또 하나 자주 활용하는 방법은 ‘비교 질문’입니다. 같은 주제를 두 가지 관점에서 물어보는 방법입니다. 역사 과제를 할 때는 “이 사건을 왕의 입장에서 설명해 줘.”, “이번에는 평범한 백성의 입장에서 설명해 줘.” 이렇게 두 번 물어보게 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같은 사건이라도 시선에 따라 설명이 달라진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저는 그때마다 “봐, 세상에는 한 가지 답만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네가 스스로 생각해 보는 힘이 필요한 거야.”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이와 뉴스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사건에 대한 기사 하나만 같이 보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다른 기사나 의견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이 기자는 어떤 입장에서 쓴 것 같아?”, “여기서 빠져 있는 시선은 없을까?”를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그게 무슨 뜻이에요?”라고 되묻곤 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이 사람은 이쪽 편을 더 드는 것 같아요” 같은 말을 스스로 하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속으로 ‘아, 사고력이 조금씩 자라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사고력이라고 하면 거창한 철학적 사고를 떠올리기 쉽지만, 저는 이제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삼키지 않고, 한 번 더 씹어 보는 습관.”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이 습관은 여전히 사람이 가져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이게 맞을까?”라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좋은 질문이네, 한 번 더 생각해 보자”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집 분위기가 만들어 지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같이 할 줄 아는 아이로 협업 연습
공부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혼자 얼마나 잘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기 쉽습니다. 저도 한동안은 그랬습니다. 아이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안심이 되었고, 숙제를 스스로 척척 해내면 “역시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팀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단체 활동이 늘어나면서 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저는 혼자 할 때는 괜찮은데, 여러 명이 같이 할 때는 너무 답답해요.” 어느 날은 학교에서 조별 발표를 준비하는데, 한 친구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속이 상해서 집에 와서 툴툴거렸습니다. “왜 내가 다 해야 해요? 그냥 제가 혼자 발표하면 안 돼요?” 그 말을 들으면서 저도 순간 “그냥 네가 다 해버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세상에서는 혼자 잘하는 것보다, 같이 일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그럼 지금이 협업을 배우는 연습일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조별 과제에서 너는 무슨 역할을 맡았어?” 아이는 “거의 기획이랑 정리 다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럼 너는 팀에서 정리하고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네. 그게 좋은 점도 있고,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 혹시 다음엔 역할을 조금 나누어 보자고 말해 볼 생각은 해 봤어?”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럼 다음에는 발표는 다른 친구가 하고, 저는 뒤에서 자료 만드는 거 도와달라고 해볼래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 집에서 협업은 ‘결과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것’이라는 주제로 자주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할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청소를 할 때 아이에게 “네가 다 해”라고 시키는 대신, “오늘 우리 셋이 팀이야. 엄마는 부엌, 너는 거실, 아빠는 베란다. 끝나고 서로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어떤 점이 고마웠는지 이야기해 보자”라고 제안했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함께 계획하고 나누어 해 보는 경험이 쌓이니, 아이가 ‘함께 일하는 흐름’을 조금씩 눈으로 익히는 것 같았습니다. AI시대 협업은 예전과 또 다릅니다. 이제는 사람끼리만 협업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장면도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숙제를 할 때 이런 연습도 해 봤습니다. 아이가 발표 준비를 할 때, 먼저 친구들과 해야 할 역할을 나누고, 그 다음에 챗GPT에게는 “이 주제를 설명할 때 빠지면 안 되는 핵심 포인트 세 가지”를 물어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가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AI가 이런 내용을 중요하다고 하는데, 우리 발표 순서를 어떻게 나누면 좋을까?” 이 과정에서 아이는 사람과 도구를 어떻게 조합해서 협업할 수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협업을 가르치면서 제가 가장 조심하려고 하는 부분은, 아이에게 “무조건 양보해라”라고만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협업은 희생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살려 함께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도, “누가 맞고 틀리냐”만 따지는 대신, “너는 어떤 점이 속상했어?”, “그 친구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꼈을까?”, “다음에는 이걸 어떻게 다르게 말해 볼 수 있을까?”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런 대화가 반복되면서, 아이는 조금씩 “내 주장만 관철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방법을 찾는 사람”으로 자라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AI시대 핵심역량이라고 하면 복잡한 것 같지만, 결국 부모인 제가 아이와 함께 조금씩 실천해 본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글을 많이 읽히기보다 “읽고 나서 한 줄로 말해 보기, 키워드로 정리해 보기” 같은 작은 습관으로 문해력을 쌓아 가는 것. 둘째, AI나 인터넷이 알려주는 답을 그대로 믿기보다 “정말 그럴까?”라고 한 번 더 질문해 보며 사고력을 키우는 것. 셋째, 혼자 잘해내는 아이보다 함께 역할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나도록, 일상 속 작은 협업 경험을 계속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완벽한 부모가 될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다만, 오늘 아이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질문 하나, 역할 나누기 한 번, 함께 정리해 보는 시간 5분만 더 보태 보려고 합니다. 그 작은 실천들이 쌓여, 우리 아이가 AI시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힘을 믿으며 살아갈 수 있는 튼튼한 역량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