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가 빨라도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즘,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저는 솔직히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아이는 AI도 자연스럽게 쓰고, 디지털 환경에도 금방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부모로서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겪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AI시대에 우리 아이의 미래와 진로, 그리고 꼭 길러줘야 한다고 느낀 핵심 역량에 대해 부모의 눈으로, 또 한 사람의 엄마로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AI시대 자녀교육의 미래
저는 솔직히 말해 아직도 종이책 냄새를 좋아하고, 손글씨로 적는 메모장을 더 편하게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처음 AI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저건 IT 잘하는 사람들 이야기겠지” 하고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세계처럼 느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학교 숙제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참고해서 자기 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건 더 이상 TV 뉴스 속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이제 우리 집 거실까지 들어온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아이는 이미 디지털 환경 속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정작 부모인 저는 “이걸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지?”, “이렇게 AI에 의존해도 괜찮을까?”라는 불안과 걱정만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는 제대로 설명해 주지도 못한 채 “너무 많이 쓰지는 마”, “적당히 해”라는 말만 반복할 때가 많았고, 그 말이 아이에게는 막연한 잔소리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마음을 고쳐먹고, AI시대에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해 조금씩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건 아니었고, 기사나 인터뷰를 보면서 ‘지금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가 사회에 나갈 때쯤이면 어떤 직업들이 사라질까?’, ‘어떤 일들이 새로 생길까?’를 상상해 보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에게 딱 하나의 안정적인 직업을 찾게 하는 것보다, 어떤 변화 속에서도 유연하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에 저는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자주 물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너는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어떤 문제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어?”처럼요. AI가 발달하면 특정 직업 이름의 의미는 예전과 많이 달라질 수 있지만, 내가 무엇에 관심 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살고 싶은지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아이와 나누는 대화의 깊이도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또 한 가지 크게 느낀 점은, 부모인 제가 “예전에 내가 살던 방식이 정답이다”라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제가 알고 있는 룰에 아이를 끼워 맞추려 하기보다 “아,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사람인 동시에, 함께 새 시대를 배우는 동료가 되어야 하는구나”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음가짐이 바뀌고 나니, AI시대를 무조건 두려워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도움이 되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제 육아도 조금씩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진로에 대한 대화
어느 날 아이와 저녁을 먹다가, 진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저는 “그러니까,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은데?”라고 물었을 텐데, 그날은 일부러 마음먹고 다른 질문을 건넸습니다. “너는 커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요. 아이는 처음에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음… 나는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가겠어. 친구끼리 싸울 때도 자꾸 말리고 싶고…”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얘는 사람 사이의 관계나 감정에 관심이 많은 아이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럼 상담사가 되는 건 어때?”, “선생님도 괜찮겠다”처럼 특정 직업 이름부터 떠올렸을 텐데, 이젠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 내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럼 사람 사이의 오해나 갈등을 풀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꼭 상담사가 아니어도, 회사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며 방향성을 함께 그려봤습니다. 그날 대화를 계기로, 저는 진로를 ‘직업 이름 하나 정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찾아가는 긴 여정’으로 아이에게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특정 직업을 말하면 “오 그 직업도 좋지”라고만 끝내지 않고, “그 직업을 통해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어?”, “그 일을 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같은 질문을 덧붙였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쌓아 가다 보니, 아이도 점점 “나는 사람들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 “나는 문제를 정리해서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처럼 자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여전히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이 길이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일까?’, ‘혹시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는 한 번 정한 진로가 평생을 결정하는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실패해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거야.” 이 생각을 떠올리면, 아이에게도 조금 더 여유로운 태도로 조언할 수 있게 됩니다. 진로 관련해서 제가 실제로 해본 방법 중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아이랑 함께 새로운 직업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서 “너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저 직업의 좋은 점과 힘든 점은 뭐라고 생각해?”를 이야기해 보는 것입니다. 이때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떠올린 생각을 끝까지 들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관심사와 가치관이 드러나고, 그걸 바탕으로 진로 방향을 조금씩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핵심 역량들
어느 날 아이가 문제집을 풀다가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엄마, 수학문제는 왜 풀어야 해요? 계산기도 있고, 요새는 AI가 다 답을 해 주는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아이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그냥 공부는 해야 되는 거야”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부터도 AI를 쓰면서 편리함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때 저는 잠깐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한 뒤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맞아, 요즘은 AI가 많은 걸 도와주고 있어. 엄마도 모르는 거 있을 때 AI한테 물어보면 금방 가르쳐줘. 그런데 중요한 건, AI가 알려주는 걸 이해하고, 이게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고, 네 상황에 맞게 쓰는 건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거든. 엄마는 그래서 AI가 우리를 대신하는 ‘주인’이 아니라, 우리가 잘 쓰면 도움이 되는 ‘도구’라고 생각해.” 아이에게 이 말을 건네면서, 저 스스로도 ‘결국 아이에게 길러줘야 하는 건 지식을 암기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정보를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힘이구나’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서 작은 실천들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문해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줄거리만 말하게 하지 않고, “이 주인공은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 “너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아?”를 함께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뉴스 기사나 짧은 글을 읽을 때도 “한 줄로 요약하면 어떤 내용이야?”를 묻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귀찮아했지만, 점점 스스로 요약하는 힘이 조금씩 자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아이가 AI에게서 얻은 답을 가지고 올 때, 저는 일부러 “이게 다 맞는 말일까?”, “이거랑 반대되는 의견도 있을까?”라고 묻곤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다른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AI가 알려줘서 끝”이 아니라, “AI가 알려준 걸 시작점으로 삼아 더 깊이 확인해 본다”는 흐름으로 연결해 주고 싶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떤 정보든 무조건 믿기보다 한 번쯤 의심해 보고 확인하는 습관”을 조금씩 갖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협업과 소통 능력이었습니다. AI가 발달할수록 오히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과제를 할 때, 결과물만 평가하기보다 “같이 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어?”, “누가 어떤 역할을 했어?”를 물어보며,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는 경험 자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이가 동생이나 친구와 다투었을 때도, “누가 잘못했냐”만 따지지 않고 “너는 어떤 말을 듣고 속상했어?”, “그 말을 들은 친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처럼 상대의 입장을 상상해 보게 하는 질문을 자주 던졌습니다. 이런 작은 실천들을 계속하다 보니, 처음에 아이가 했던 “AI가 다 해주는데 왜 공부를 해야 해요?”라는 질문에 이제는 조금 다른 답을 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맞아, AI가 많은 걸 도와주지만, 그걸 제대로 쓰려면 네 머리가 튼튼해야 해. 글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뭐가 맞는 말인지 따져 볼 줄도 알아야 하고, 친구들이랑 같이 일할 줄도 알아야 하거든. 공부는 그런 힘을 기르는 과정인 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이도 예전보다 조금은 더 수긍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완벽한 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저는 이 방향이 AI시대에 아이를 키우면서 붙들고 가야 할 핵심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부모인 제가 AI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은, 결국 ‘완벽하게 아는 부모’가 되는 것보다 ‘함께 배우고 질문해 주는 부모’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해 조금씩 공부해 보고, 진로를 직업 이름이 아니라 삶의 방향으로 이야기해 보고, AI를 도구로 쓰기 위해 꼭 필요한 문해력·사고력·협업 능력을 일상 속 작은 질문으로 길러 주는 것, 이 세 가지만 꾸준히 실천해도 아이의 시선과 태도는 달라집니다. 오늘 아이와 나누는 대화 속 질문 한 문장을 바꿔 보시는 건 어떨까요? “뭐가 되고 싶어?”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살고 싶어?”로, 그리고 “AI가 다 해주니까 괜찮아”에서 “AI를 어떻게 잘 활용해 볼까?”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