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가 알 수 없는 도형과 선으로 가득 찬 그림을 가져와 해맑게 물었습니다. "엄마, 이거 뭐야?" 저는 한참을 들여다보다 결국 "음... 멋진 그림이네!"라고 얼버무렸죠.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챗GPT에게 프롬프트 몇 줄로 순식간에 만들어낸 완벽한 AI 그림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상반된 두 그림 앞에서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AI 그림과 아이의 삐뚤빼뚤한 낙서 중, 과연 무엇이 더 가치 있는 '창조'일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저의 솔직한 고찰과 함께, AI 시대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진정한 창의성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AI 그림은 '기억'을 조합하지만, 아이의 낙서는 '세상'을 투영합니다
저는 아이에게 "무지개 공룡이 춤추는 그림을 그려줘"라고 프롬프트를 입력해 보았습니다. AI는 놀랍도록 화려하고 정교한 이미지를 순식간에 토해냈습니다. 그러나 그 그림에는 '새로움'이 없었습니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여 '기존의 이미지'를 조합해 낸 것입니다. 반면, 아이의 낙서는 다릅니다. 아이가 그린 알 수 없는 선과 도형은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결과물입니다. 어른의 눈에는 알아보기 힘들지라도, 그 안에는 아이만의 세계관과 감정, 그리고 '새로운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의 그림에서 인간에게만 주어진 고유의 능력인 '창의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2. '과정의 고뇌'가 없는 AI, '미완의 아름다움'을 가진 아이
AI는 그림을 그리는 데 아무런 고뇌도 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좌절의 과정이 없습니다. 그저 결과만을 뚝딱 내놓을 뿐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낙서 속에는 지우개 자국, 덧칠한 흔적, 망설였던 선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 실패의 흔적: 삐뚤어진 선 하나, 번진 색깔 하나가 아이가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몰입했는지 보여줍니다.
- 자기 주도적 발견: 어른의 간섭 없이 스스로 색을 고르고, 모양을 만들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결과물에 놀라워하는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는 소중한 창의적 경험입니다.
부모인 우리는 이 '미완의 아름다움' 속에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AI 그림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아이의 그림은 공감과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입니다.
아이가 그림 그림을 보면 특히 색감 선택에서 공감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색칠을 하면서 "이건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 이건 엄마가 좋아하는 보라색."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두 색감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색칠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했습니다.
AI는 제가 프롬프트를 직접 입력하기 전에 과연 이런 공감과 사랑의 감정으로 채색을 할 수 있을까요?
3. AI 시대, 아이에게 '낙서할 용기'를 주는 부모의 역할
미래 사회는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길 것입니다. 이 창의성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용기'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부모인 우리는 아이의 어설픈 그림을 보고 "이게 뭐야?"라고 묻기보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뭘 느꼈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라고 물으며 아이의 '과정'과 '생각'을 존중해야 합니다. AI가 그림을 '생성'할 수 있을지언정, 그림 속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와 '감정'까지 창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AI시대가 도래한 현대 시대를 살면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우리는 실수가 적어진, 아니 어쩌면 실수가 없는 완벽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용기 속에서 진정한 창조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치며: 결과보다 '왜' 그렸는지가 중요한 시대
AI 시대의 교육은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의도', 그리고 '자기만의 해석'을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아이의 삐뚤빼뚤한 낙서 속에는 AI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인간다움'이라는 가장 고귀한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 저녁, 아이가 가져온 그림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아이의 눈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정말 멋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라고 물어주세요. 그 한마디가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프롬프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