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가 처음 SNS 계정을 만들거나 게임 채팅창에 글을 남기기 시작할 때, 부모님의 마음은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인터넷 조심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온라인에 남기는 모든 기록이 평생 남는 '디지털 발자국(Digital Footprint)'이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해 왔습니다. 실제 아이와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온라인 에티켓을 우리 집만의 약속으로 만든 과정을 공유합니다.
1. '디지털 발자국'은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올린 사진이나 댓글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사진은 내가 지우지 않은 이상 보관이 된다고 최근엔 이해를 하는 거 같은데 댓글의 경우 많은 댓글 속에서 찾기 힘들어지게 되면 사라진다고 아직 생각하는 거 같았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디지털 발자국의 개념을 설명해 주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제안했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 보거나, 아주 예전에 올렸던 사진을 함께 찾아본 것이죠.
- 공유의 무게: "한 번 올린 글은 복사되고 캡처되어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 평판의 시작: 미래의 대학 입학이나 취업 시에도 이 기록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습니다.
- 개인정보 보호: 학교 이름, 집 주소, 얼굴이 정면으로 나온 사진 등은 절대 함부로 올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저 몰래 아이에게 자신의 SNS에 글 하나를 간단히 작성하게 했습니다. 저는 보지 않았고 5분 뒤쯤 아이에게 작성한 그 글을 다시 삭제 하게 했습니다. 그런 뒤 제가 아이가 작성했던 글 내용을 아이에게 이야기하니 마술을 한 거냐고 놀랐습니다. 너의 글을 엄마가 캡처해 두었고 그걸 보고 알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니, "내가 직접 삭제를 해도 모르는 사람이 내 것을 영원히 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직접 경험하니 아이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 온라인 에티켓: "화면 뒤에도 사람이 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친 표현을 쓰거나 무례한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저는 아이와 '댓글 쓰기 전 5초 생각하기'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게임 채팅창에서 누군가와 다투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때 화를 내기보다 이렇게 물었습니다. "만약 그 친구가 네 눈앞에 있어도 그렇게 말했을까?"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화면 너머에는 우리와 똑같이 감정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이 대화를 통해 아이는 '비대면 소통'에서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상대의 의견에 반대할 때도 예의 바르게 말하는 법, 무분별한 비난에 휩쓸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3. 부모를 위한 디지털 가이드라인: 감시가 아닌 '보호'
아이의 온라인 활동을 사사건건 감시하면 아이는 숨게 됩니다. 저는 '감시자'가 아닌 '안전망'이 되기로 했습니다.
- 계정 공유 원칙: 초등 시기까지는 SNS 계정 아이디와 비번을 부모와 공유하되, 부모는 "절대 허락 없이 들어가지 않겠다"는 신뢰를 먼저 주었습니다.
- 정기적인 '디지털 청소의 날': 한 달에 한 번, 아이와 함께 올린 게시물들을 훑어보며 지워야 할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 도움 요청하기: 온라인에서 불편한 상황이나 모르는 사람의 접근이 있을 때, 무조건 부모에게 먼저 말하면 '혼내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반복했습니다.
정기적인 검사일인 한달에 한번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걱정이 앞서니 아이 몰래 들어가 보게 되고, 또 혼내지 말고 잘 알려주자고 다짐했던 부분은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믿자, 부모가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믿어 주랴는 말을 오늘도 되새김질해 봅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도움 요청할 때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노력했고 혼내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결론
디지털 발자국 관리는 아이의 자유를 뺏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고 멋진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게 돕는 일입니다.
오늘 아이와 온라인 활동에 대해 대화할 때, "하지 마!"라는 경고 대신 이렇게 물어봐 주세요. "네가 남긴 이 예쁜 발자국이 10년 뒤의 너에게 어떤 선물이 되면 좋겠니?" 이 한마디가 아이의 디지털 윤리의식을 깨우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