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우리 둘째가 말이 조금 느렸다고 살짝 언급했었죠? 오늘은 언어가 느렸던 우리 둘째의 이야기를 한번 자세히 풀어보려고 해요.
사실 저희 첫째는 20개월 전부터 문장으로 술술 말하고 표현할 줄 아는 단어도 엄청 많았던 '말이 빠른 아이'였거든요. 옆에서 말 많은 누나가 조잘조잘 놀아주기도 하니까, 둘째는 당연히 가만히 있어도 말이 금방 트일 줄 알았던 거죠. 그런데 그게 저의 망각이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코로나와 마스크, 그리고 엄마의 미안함이 섞인 결론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원인을 찾게 되잖아요. 저도 우리 둘째 말이 왜 이렇게까지 늦어졌을까 지금까지도 한 번씩 생각해 보면, 결국 몇 가지 결론으로 모이더라고요.
우선 우리 둘째는 2살 때 코로나 시대를 맞았어요. 3살부터 다닌 어린이집에서는 온종일 마스크를 써야 했죠. 아이들은 어른의 입 모양을 보면서 말을 익힌다는데, 그 중요한 시기에 입을 볼 수가 없었던 거예요.
거기에 둘째라는 핑계로 첫째 때만큼 집중적인 케어를 못 해준 것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동요도 자주 못 틀어주고, 책도 많이 못 읽어줬거든요. '언어 폭발 시기'에 엄마의 뜨거운 관심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어 자꾸 마음이 무거워지곤 합니다..ㅠㅠ
"전혀 다른 두 아이" 기질 차이를 인정하기까지
전문가들이 기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매번 강조해서 말해도 내 이야기가 아니면 잘 안 와닿잖아요? 저도 이런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게 됐습니다.
첫째는 주변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고, 사람을 좋아했고 늘 "함께" 노는 걸 좋아했는데, 둘째는 정반대였어요. 자기 자신 외엔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고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일명 '혼자만의 세상'이 있는 아이였죠. 사람에 대한 모사 행동이나 언어 모방이 전혀 없었던 거예요. 오로지 본인이 꽂힌 것만 파고들었고요.
엄마가 처음이라 이런 기질 차이를 가볍게 무시했던 게 지금 생각하면 참 후회돼요. 내 아이를 잘 관찰하고 그 기질에 맞게 놀이를 해 주고 더 노력해주어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니 늘어난 짜증과 '삐지는' 행동
말이 안 통하니 답답했겠죠? 둘째는 화나 짜증이 많았고, 특히 한 번 마음이 상하면 절대 안 풀리는 '삐지는 행동'이 심했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다른 걸로 유도해 보아도 빠른 전환이 되지 않았고, 어떤 방법을 다 동원해 봐도 마음 상한 게 꽤 오래 유지가 되었어요. 그냥 혼자 가만히 둬야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더라고요.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베테랑답게 컨트롤해 주셨지만, 아이를 혼자 두는 게 방치하는 것 같아 늘 마음 쓰인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죠.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학교 가서도 이러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다행히 언어가 소통되기 시작하니 삐지는 행동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더라고요! 어쩌다 가끔 한번씩 삐지기를 해도 지금은 스스로 마음 푸는 속도도 빨라졌으니, 비슷한 고민 하시는 엄마들 너무 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아이의 키가 크는 만큼 마음도 성장하는 거 같습니다.
말은 트였지만 아직 남아 있는 숙제, "버벅거림"
지금은 생각나는데로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일상 대화에 전혀 아무 문제없지만 아직 숙제는 남아 있어요. 평소엔 괜찮은데 발생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할 때 말을 조금 버벅거려요.
가만히 지켜보니 여기서도 '완벽주의 기질'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 시간 흐름에 맞춰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하려다 보니 머릿속 회로가 엉키는지 생각을 정리하며 말하느라 버벅대는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발화하기까지 과정이 아직도 조금은 어려움이 있는 거 같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너무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
'애정을 가지고 한 번 더 살펴볼걸.'
'언어치료를 조금 더 일찍, 길게 할걸 그랬나?'
후회해 봐야 도움이 되진 않지만 둘째만 보면 짠해져 버리는 엄마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내 아이가 조금 늦다면? 경험자가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
제가 전문가가 아닌 그냥 평범한 엄마지만, 경험담에서 나온 이 말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엄마가 느끼는 직감이 가장 확실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주변에 비슷한 개월수의 아이와 비교는 하지 마시고, 우리 아이에게만 집중해서 관찰해 주세요! 혹시 영유아 검진에서 말이 늦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나중에는 말 못 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잘하게 되겠지만, 어릴 때 말이 늦었던 영향이 사고 회로를 거쳐 입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 분명히 남아 있는 것 같거든요. 구사할 수 있는 표현이 조금 한정적이라는 느낌도 들고요.
언어가 조금 느린 아이를 키우며 고민이 깊으실 부모님들! 제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결국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나겠지만, 그 과정에서 엄마가 조금 더 빨리 손을 잡아준다면 아이의 마음도 조금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다음 포스팅에는 언어치료 과정에 대해서도 담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