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콘텐츠 소비 세대'입니다. 눈을 뜨면 유튜브의 화려한 영상이 쏟아지고,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의 게임을 즐깁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작'의 즐거움은 점점 잊혀가고 있습니다. "일기 쓰기 싫어", "그림 그리기 어려워"라며 창작의 문턱 앞에서 좌절하는 아이를 보며 저는 늘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디지털 세상의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인 창작자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의외로 제가 매일 업무에 활용하던 챗GPT에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을 숙제 정답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의 머릿속에만 머물던 엉뚱하고 발랄한 상상력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주는 '마법의 편집장'으로 고용한 것이죠. 아이와 함께 챗GPT로 동화책 한 권을 완성하며 겪었던 2주간의 여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석처럼 빛나던 아이의 자존감 변화를 기록합니다. AI를 자아실현의 도구로 활용한 우리 집만의 특별한 'AI 동화 작가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엄마, 내 생각이 글이 돼요!"
평소 우리 아이는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그것을 문장으로 옮기는 데는 무척 서툴렀습니다. "우주로 간 고양이가 치즈 행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연필을 들면 첫 문장조차 떼지 못해 괴로워했죠. 저는 아이에게 제안했습니다. "네가 고양이의 특징과 모험 이야기를 말해주면, 챗GPT라는 똑똑한 비서가 그걸 예쁜 문장으로 정리해 줄 거야. 넌 이 이야기의 감독이 되는 거지!"
아이는 신이 나서 챗GPT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고양이는 줄무늬가 있고 이름은 '나비'야. 치즈 행성에서는 구멍 속에 쥐들이 숨어있어!" 그러자 챗GPT는 아이의 파편화된 문장들을 가져가 생생한 묘사가 담긴 동화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아이는 화면에 뜨는 글자를 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와! 내가 생각한 게 진짜 책에 나오는 글처럼 변했어요!"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AI는 아이의 노동력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장벽'을 허물어준 것입니다. 창작의 초기 단계에서 느끼는 막막함을 AI가 보조해 주자, 아이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가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폭발적인 창의성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스토리를 다듬고, 캐릭터의 성격을 수정하는 과정은 아이에게 '기획자'로서의 관점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무료 AI 도구로 완성하는 삽화
글이 완성된 후, 우리는 동화책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림 실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이 또한 큰 숙제였죠. 여기서 우리는 '미드저니'나 '캔바(Canva)' 같은 무료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했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쓴 글의 장면을 설명하는 문장(프롬프트)을 넣자, 상상 속의 치즈 행성과 줄무늬 고양이 나비가 마법처럼 그림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입력한 단어 하나에 그림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보며 '디지털 문해력'의 실체를 체감했습니다. "엄마, '신비로운 분위기'라고 넣으니까 진짜 보라색 안개가 생겼어요!"라고 외치며 더 정교한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까지 뒤지는 아이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단순히 AI가 그려준 그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어휘를 선택하고 배치하는 과정 자체가 고도의 언어 훈련이었습니다.
완성된 글과 그림을 무료 전자책 제작 사이트를 통해 한 권의 PDF 파일로 엮었습니다. 파일의 표지에 '지은이: OO'이라는 아이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혔을 때, 아이의 표정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습니다. 늘 남이 만든 유튜브 영상이나 게임을 '구걸'하듯 시청하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이 만든 세계를 엄마 아빠에게 당당히 '선물'하는 콘텐츠 생산자로 성장한 것입니다.
창작이 가져다준 기적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은 한 권의 책이라는 결과물보다, 아이의 내면에 자리 잡은 '공부 자존감'과 '효능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려운 과제를 마주하면 "난 못해, 엄마가 해줘"라고 말하던 아이가, 이제는 "AI한테 물어보면서 내가 한번 해결해 볼게"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을 활용해 무언가를 끝까지 완성해 본 경험이 아이의 자아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동화책을 할머니, 할아버지께 공유하며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타인의 피드백을 받으며 뿌듯함을 느끼는 과정은 아이에게 '사회적 인정'이라는 건강한 도파민을 제공했습니다. AI는 단순히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세상 밖으로 안전하게 꺼내어주는 통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자존감은 누군가의 칭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해 냈다는 확신에서 나옵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창의성을 죽일 것이라는 비관론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곁에서 지켜본 AI는 오히려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표현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최고의 교육 도구였습니다. AI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된 우리 아이는, 이제 어떤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마음의 근육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술을 부리는 법을 배운 아이는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습니다.

결론: AI 시대, 자녀 교육의 정답은 '협업'에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금지하거나 멀리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느냐'입니다. 숙제를 대신시키는 '커닝 페이퍼'로 쓸 것인가, 아니면 아이의 상상력을 책으로 만들어주는 '날개'로 쓸 것인가. 그 선택은 오로지 부모의 교육 철학에 달려 있습니다. 아이가 창작의 기쁨을 맛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긍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오늘 저녁, 아이에게 "꿈속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니?"라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아이의 대답을 챗GPT와 함께 한 문장씩 적어보시길 권합니다. 거창한 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이의 생각이 글이 되고 그림이 되는 마법 같은 경험은, 아이의 평생을 지탱해 줄 강력한 자존감의 뿌리가 될 것입니다. 기술은 차갑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손길은 따뜻할 수 있습니다. 그 온기가 아이의 미래를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