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뉴스를 켜면 매일처럼 인공지능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 학교 과제에도 AI가 슬며시 등장하고, 집에서는 아이가 태블릿으로 영상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AI에게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앞서 작성한 글에서도 언급했듯 아직도 종이책이 더 편하고, 검색창에 한 글자씩 치는 게 익숙한 사람이라 가끔은 이 변화의 속도가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를 잘 아는 부모가 되는 것보다, AI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을 아이에게 잘 길러줄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특히 창의력·비판적 사고·학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 아이 창의력을 위한 부모역할
얼마 전 아이가 태블릿을 들고 와서 신나게 보여준 것이 있습니다. AI 그림 그리기 앱으로 만든 캐릭터 그림이었는데, 색감도 너무 예쁘고 구도도 완성도가 높아서 순간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와, 이거 네가 한 거야?”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응! 그냥 글자로만 설명했는데 AI가 이렇게 그려줬어!”라며 자랑스럽게 웃더군요. 신기하다고 함께 구경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약간의 걱정이 스쳤습니다. ‘이러다가 스케치북에 끄적이던 그 순수한 낙서 시간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었어요. 사실 저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낙서하고 만들기 하는 모습을 보며 “창의력이 쑥쑥 자라고 있구나”라고 혼자 흐뭇해하던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직접 그리거나 만들기보다 “이거 AI한테 시키면 더 잘 나와요”, “유튜브에서 튜토리얼 영상 찾아서 그대로 따라 할래요”라는 말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요즘 애들은 다 이렇게 배우나 보다’ 하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스스로 상상해서 만들어보는 시간은 줄어들고,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따라 하거나 AI가 만들어 준 결과를 감상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아이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AI가 도와주니까 편하고 멋진 작품도 빨리 만들 수 있어서 좋지? 그런데 엄마는 네가 직접 상상해서, 서툴러도 손으로 그려보고 만드는 시간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멋진 결과물도 좋지만, 그걸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네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고 손이 움직이면서 실수도 해 보고, 그러다가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는 게 진짜 창의력 같거든.”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럼 AI로만 하지 말고, 반반씩 해볼까?”라고 제안했습니다. 그 말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뒤로 저는 집에서 몇 가지 작은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첫째, 완전히 처음 떠올리는 아이디어는 되도록 종이와 연필로 먼저 스케치해 보는 것. 둘째,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은 ‘정답’이 아니라 ‘참고자료’로만 쓰는 것. 셋째, 아이가 직접 만든 것과 AI가 도와준 결과물을 나란히 놓고 “두 개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 “어떤 부분은 네가 직접 만든 게 더 좋지 않아?”처럼 대화를 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도 점점 “AI한텐 이렇게 해달라고 시키면 좋겠다”, “이건 내가 직접 그려볼래”라며 주도적으로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제 창의력을 ‘무조건 AI를 멀리하게 하는 것’으로 지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AI를 도구로 쓰되, 아이 머릿속에서 출발한 생각이 중심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질문을 던지고, 실수해 보면서, 남들과 다른 시도를 해 보게 하는 것. 눈에 보이는 작품의 완성도보다, 그 뒤에 쌓이는 생각의 흔적에 더 눈을 돌려주는 것.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력은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느냐’에서 갈린다는 걸, 저는 아이와의 여러 경험을 통해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비판적 사고 훈련
아이와 함께 영상을 보다가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본 내용을 아무 의심 없이 “엄마, 이게 사실이래요”라고 말할 때입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영상에서 과자를 많이 먹어도 이 방법만 하면 살 안 찐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는 건강 정보까지도 이런 식으로 접하게 되는구나’ 싶어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바로 “그건 말도 안 돼”라고 끊지 않고, 일부러 아이에게 되물어 봤습니다. “정말 그럴까? 우리 같이 한번 확인해 볼까?”라고요. 그리고 그 영상의 제목과 내용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며, 다른 정보들은 뭐라고 말하는지 함께 찾아봤습니다. 어떤 글에서는 과자를 많이 먹으면 당연히 살이 찌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어떤 영상에서는 다이어트 광고를 위해 과장된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그걸 함께 보면서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유익한 정보도 많지만, 그냥 관심을 끌려고 과장하는 말도 있어. 그래서 어떤 말이든 ‘그게 진짜일까?’ 한 번쯤 의심해 보는 습관이 필요해.” AI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가 숙제를 하다가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그대로 받아 적으려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 답을 믿어도 될까? 어떤 기준으로 맞다고 생각해?”라고 묻곤 합니다. 그리고 “혹시 이거랑 반대되는 의견도 있을까?”, “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어디를 찾아보면 좋을까?”를 함께 고민해 봅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그냥 이렇게 쓰면 안 돼요?”라며 귀찮아했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요즘은 아이가 먼저 “이게 진짜인지 한 번 더 찾아볼게요”라고 말할 때도 생겼습니다. 저는 비판적 사고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머리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이런 연습을 자주 합니다. 예를 들어 광고를 볼 때 “저 사람은 왜 저 말을 할까? 진짜 자기 생각일까, 아니면 회사에서 부탁해서 하는 말일까?”, “이 영상은 어떤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것 같아?”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와 뉴스를 볼 때도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어떤 입장일까?”, “다른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이 어떻게 보일까?”를 이야기해 보곤 합니다. 이렇게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아이의 말에서도 작은 변화들이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유튜브가 그랬어요”, “AI가 그렇게 말했어요”가 설명의 끝이었다면, 요즘은 “어떤 영상에서는 이렇게 말했는데,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하더라”처럼 비교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기 의견을 덧붙이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정말 필요한 건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라 ‘정보들 사이에서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선택하는 힘’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아이와 함께 “그게 진짜야?”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고 있습니다. 이 질문을 통해 아이가 사람의 말이든, 영상이든, AI의 답변이든 무조건 믿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판단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비판적 사고 교육이라고 믿으면서요.
‘학습 도구’로 쓰게 만드는 방법
AI가 집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 가장 고민됐던 것 중 하나는 바로 공부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국어 작문 숙제를 하다가 갑자기 태블릿을 들고 오더니, AI에게 이렇게 입력하는 걸 보았습니다. “초등학생 눈높이로 환경 보호에 대한 글 써줘.” 그리고 그 결과를 거의 그대로 노트에 옮겨 적으려는 순간, 제 마음속에서 경고등이 켜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그래서 저는 우선 아이의 행동을 막기보다, 이유를 묻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 해보려고 했어?”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그게 더 빨리 끝나잖아요. 그리고 AI가 나보다 글을 잘 쓰는데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순간 뜨끔했습니다. 사실 어른인 저도 비슷한 이유로 AI를 찾을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대로 두면 아이에게 공부는 “AI가 대신 해주는 일”이 되어 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아이와 약속을 하나 정했습니다. “AI를 쓰는 건 괜찮아. 그런데 완성된 답을 그대로 베끼는 건 우리 집에서는 안 하는 걸로 하자. 대신 AI에게 ‘대신 해달라’고 시키지 말고, ‘내가 쓴 걸 더 좋게 고쳐달라’거나 ‘아이디어를 몇 개만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종이에 예시를 적어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어, - “환경 보호에 대해 쓴 내 글을 더 자연스럽게 고쳐줘.” - “환경 보호와 관련된 예시 상황을 세 가지만 알려줘.” 이런 식으로요. 처음에는 아이가 귀찮아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나름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AI가 제안한 문장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이 표현은 마음에 드는데, 이 부분은 내 말투랑 안 맞는 것 같아”라며 스스로 수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보면서 “그래, 이게 내가 바라던 방향이야. AI가 공부를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더 좋은 생각과 표현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또 하나 실천해 본 방법은 ‘AI 사용 단계 나누기’였습니다. 숙제를 할 때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1단계: 먼저 스스로 생각 정리하기(키워드나 짧은 메모라도 좋음). 2단계: 그 생각을 바탕으로 자기 힘으로 초안을 써보기. 3단계: 부족한 부분이나 궁금한 점을 AI에게 물어보기. 4단계: AI의 답을 참고해서, 다시 자기 말로 수정하고 정리하기. 이 네 단계를 종이에 적어 책상에 붙여 두고, 숙제할 때마다 한 번씩 짚어 보았습니다. 중요한 건 “AI에게 물어보는 건 3단계부터야”라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자꾸 잊어버렸지만,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가 먼저 “엄마, 나 지금 2단계까지는 했어요. 이제 모르는 부분만 AI한테 물어볼래요”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이 참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제 아이에게 “AI 쓰지 마”라고 막는 대신, “AI를 어떻게 써야 네 공부에 진짜 도움이 될까?”를 함께 고민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학습의 주도권을 AI가 아닌 아이가 쥐고 있도록 도와주는 일, 그 과정 속에서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하고 표현하는 힘을 조금씩 키워주는 일. 이게 바로 인공지능 시대에 부모가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대하는 우리와 아이의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인 저는 완벽한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아이의 창의력을 지켜 주기 위해 AI를 도구로 쓰되 생각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돌려주는 것, 눈앞에 보이는 정보들을 그대로 믿지 않고 한 번 더 질문해 보도록 비판적 사고를 길러 주는 것, 그리고 공부를 대신해 주는 AI가 아니라 학습을 돕는 AI를 사용하는 습관을 함께 만드는 것 말입니다. 오늘 아이가 숙제를 하거나 영상을 볼 때, 질문 한 문장만 바꿔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냥 해도 돼” 대신 “우리가 이걸 어떻게 똑똑하게 활용해 볼 수 있을까?”라고요. 그 작은 질문 하나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의 미래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