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엄마, 이 직업 하면 돈 많이 번대요”, “이거 하면 미래에 무조건 성공한대요” 같은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자세히 들어 보면 대부분 SNS, 유튜브, AI가 보여 준 진로정보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처음엔 그 말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잠까 설렌건 사실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정말 정보일까, 아니면 광고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글에서는 온라인 시대에 쏟아지는 진로정보 속에서, 제가 아이와 함께 겪으며 배우게 된 세 가지 필터, 즉 ‘광고인지 먼저 보기, 정보의 근거 확인하기, 마지막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온라인 시대 숨은 ‘광고’부터 구별하기
어느 날 아이가 유튜브를 보다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엄마, 나 이 직업 할래요. 집에서 컴퓨터만 하면 되고, 월 1억 번대요. 이 영상에 다 나와 있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순간 제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월 1억? 집에서 컴퓨터만? 세상에 그런 일이 그렇게 쉽게 되면, 다들 벌써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과, 동시에 “괜히 부정부터 하면 아이가 상처 받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어떤 영상인지 엄마도 같이 한 번 볼까?”라고 말하며 아이 옆에 앉았습니다. 영상은 화려한 자막과 빠른 음악으로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연봉 1억까지!”, “집에서 노트북만으로 경제적 자유!” 같은 문구가 계속 나왔고, 멋진 아파트, 수입차, 여행 사진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일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정말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영상 후반부에는 슬며시 이런 말이 등장했습니다.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눌러 무료 상담 신청을 해 주세요.” 그제야 제 눈에 작은 글씨가 들어왔습니다. 영상 아래 설명란에 적힌 문장이었는데 “본 영상은 ○○ 교육업체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라는 문구였습니다. 그걸 보고 저는 아이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이 영상, 누가 만들었을까? 그리고 왜 만들었을까?” 아이도 한참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음… 자기 강의나 프로그램 신청하게 하려고 만든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가 스스로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마음속으로 크게 박수를 쳐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우리는 온라인 진로영상 볼 때마다 먼저 이런 것들을 체크해 보기로 했습니다. 1) 영상 주인공은 누구인가? 실제로 그 일을 오래 해 온 사람인지, 아니면 그 일을 “가르치려는 사람”인지부터 구분해 보기. 2) 이 영상의 ‘목적’은 뭘까? 정보 공유가 중심인지, 상담·수강·상품 구매로 이어지게 하려는 구조인지 살펴보기. 3) 설명란과 해시태그 확인하기 : #광고, #협찬, “○○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같은 문장이 있는지, 연락처·상담신청 링크가 강조되어 있는지 보기. 4) 숫자가 과장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보기 : “한 달 만에, 아무것도 안 해도, 누구나, 무조건”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 한 번 더 의심해 보기. 아이와 이런 체크리스트를 함께 만들고 나니, 유튜브를 볼 때 대화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와, 대박이다”로 끝났다면, 이제는 “엄마, 이건 광고 느낌 나는데요”, “정보도 있긴 한데, 마지막엔 꼭 상담 링크로 가게 하네” 같은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좋은 눈이야, 잘 봤다”라고 일부러 크게 칭찬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이건 나를 설득하려는 내용이구나’를 느끼는 힘이 진로교육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걸, 제가 뒤늦게야 배운 셈입니다. 광고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광고를 정보라고 착각하고, 그 위에 진로를 결정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렇게 말해 줍니다. “광고를 보는 건 괜찮아. 다만 이게 ‘광고인지 아닌지’를 알고 보는 게 더 중요해. 누가, 왜 이 영상을 만들었는지를 먼저 보는 눈을 기르는 게 진짜 공부야.”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온라인 진로정보를 대할 때 첫 번째 필터는 ‘이게 광고인지부터 보기’라는 것을 우리 집의 기본 원칙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AI·검색·SNS 속 ‘정보’ 구별법
광고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게 된 다음에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궁금한 직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싶은데,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의 이 말에 저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검색창에 직업 이름만 쳐도 수많은 글, 영상, 블로그, AI 답변이 쏟아져 나오는데, 어느 것을 진짜 정보로 믿어야 할지는 어른인 저도 헷갈릴 때가 많은게 사실입니다. 한 번은 아이가 ‘메타버스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아이는 제게 묻기도 전에 챗GPT를 열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메타버스 디자이너가 하는 일을 알려줘요.” 답은 꽤 그럴듯하게 나왔습니다. “가상공간 설계, 사용자 경험 디자인, 3D그래픽, 프로그래밍 이해 필요…” 저도 읽어 보니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그 내용을 거의 그대로 복사해서 과제에 붙여 넣으려고 하길래, 저는 잠시 고민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AI가 알려준 내용도 좋긴 한데, 우리 이걸 ‘첫 번째 자료’로만 쓰면 어떨까? 진짜인지 확인하려면 다른 자료도 한두 개만 더 찾아보자.” 그래서 우리는 ‘진로정보 찾기 3단계’를 정해 보았습니다. 1) AI·검색으로 전체 그림 먼저 보기 : 챗GPT나 포털 검색으로 “이 직업은 어떤 일을 하나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같은 기본 정보를 얻기. 이때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 줘”라고 요청해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정보를 받도록 했습니다. 2) 공신력 있는 곳에서 정보 다시 확인하기 : 정부나 공공기관, 직업 관련 협회, 대학교 학과 소개 페이지 같은 곳에서 비슷한 정보를 찾아보기. “○○ 직업 전망”, “○○ 하는 사람 인터뷰”를 붙여 검색해 보고, 실제 현직자 인터뷰가 있는지 확인하기. 3) 서로 다른 두 자료를 비교해 보기 : AI가 말해 준 내용과, 기관·현직자가 말해 준 내용이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 아이에게 줄을 그어 가며 표시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보기엔 어느 쪽 설명이 더 믿을 만해 보여? 왜 그렇게 생각해?” 처음에는 아이가 “그냥 AI가 말한 게 더 쉽고 편한데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저는 “AI는 여러 자료를 섞어서 요약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거야. 대신 이게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은지는 우리가 한 번 더 확인해 봐야 해. 그래서 기관이나 현직자 인터뷰를 같이 보는 거고.”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언제’ 쓰인 정보인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진로정보는 몇 년 사이에도 빠르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기사나 블로그, 자료를 볼 때마다 상단의 날짜를 동그라미 치게 했습니다. 오래된 자료일수록 “이건 예전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표시를 해 두었고, 가능하면 최근 2~3년 안에 작성된 자료를 우선으로 참고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아이의 진로정보 찾기 태도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검색 결과 첫 번째 글만 보고 “여기 이렇게 써 있던데요?”라고 말하곤 했지만, 이제는 “AI는 이렇게 말하는데, 다른 사이트에서는 조금 다르게 말해요. 그러니까 ‘대체로 이런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정해진 건 아닌가 봐요’라고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으며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 바로 이 감각이 필요했어. 확실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않다고 말할 줄 아는 힘.’ 온라인 시대에 진로정보를 읽는다는 건, 사실 ‘똑똑한 검색 기술’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 언제 쓰였는지, 누구의 목소리인지”를 묻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라는 걸 아이도 스스로 깨닫고 있는중인거 같습니다.
선택은 우리 몫
광고와 정보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게 되자 “그래서 엄마, 이 직업이 좋은 거예요, 아닌 거예요? 하면 되는 거예요, 안 되는 거예요?” 라는 질문이 꼭 마지막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이 질문에는 사실 이런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딱 정해 줬으면 좋겠어. 맞다, 아니다라고.’ 저도 솔직히 그게 편할 때가 있습니다. “그 직업은 힘드니까 하지 마”, “그건 요즘 뜨는 직업이니까 해”라고 정해 주면, 당장은 고민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을거 같지만 그럴수록 진짜 중요한 메시지가 흐려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선택은 결국 네가 하는 거야. 엄마는 정보를 함께 보고, 네가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걸 돕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날부터 ‘진로정보 선택 회의’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관심 있는 직업을 하나 가져오면, A4 용지 반을 접어 왼쪽에는 ‘끌리는 점’, 오른쪽에는 ‘고민되는 점’을 적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게임기획자’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어서, 그 직업에 대해 조사한 뒤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끌리는 점 : 내가 상상한 세계를 게임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창의력을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다. 고민되는 점 : 야근이 많다는 글이 많았다, 실제로는 숫자·데이터 분석을 많이 한다고 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만드는 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나란히 써 놓고 나니, 아이도 마음이 조금 더 정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종이를 보면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이 직업에 대해 지금 네 마음은 1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끌려?" 아이의 대답은 “한 7점?”이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좋아, 그럼 이걸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하는 문제’로 보지 말고, 일단 7점짜리 후보 중 하나로 두자. 대신 이 직업을 더 알고 싶다면, 우리 해 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리고 함께 작은 실천을 찾았습니다. 게임회사 관련 다큐나 인터뷰 영상 보기, 현직자 인터뷰 기사나 책 찾아 읽어 보기, 간단한 보드게임 또는 카드게임 기획해 보기. ‘선택’이란, 종이에 동그라미를 치는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이 경험해 보기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의식적으로 했던 건, “유행하는 직업”과 “이 아이에게 맞는 직업”을 구분하는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뜨는 직업 TOP 10” 같은 영상이나 글을 보면, 아이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이 직업이 요즘 인기 있다고 해서, 그게 곧 ‘너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뜻은 아니야. 우리한테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거야. ‘이 일의 어떤 점이 너와 잘 맞을까? 너 성격이랑, 지금 좋아하는 것들이랑, 힘들어하는 것들이랑 비교해 보면 어떨까?’”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도 조금씩 말이 바뀌었습니다. “이 직업은 돈은 많이 벌 것 같은데, 밤늦게까지 사람 만나야 해서 저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이 일은 유명해질 수 있는 건 좋은데, 저는 조용히 일하는 걸 더 좋아해서 고민이에요.”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기준’을 세워 가는 과정이 시작된 좋은 신호였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진로교육의 진짜 목표는 “괜찮은 직업을 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속에서 자기 기준을 세워 선택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아이가 접하는 진로정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겁니다. AI가 추천해 주고, SNS 알고리즘이 골라 보여주고, 유튜브가 끊임없이 다음 영상을 띄워 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요즘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온라인에서 오는 정보는 참고서야. 답안지는 네가 쓰는 거고, 마지막 체크는 우리 둘이 같이 하는 거야.” 그 말을 들려주면서, 오늘도 아이와 한 편의 영상을 함께 보고, 광고인지, 정보인지, 우리 선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천천히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온라인 시대 진로정보는 우리 아이에게 기회이자 위험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반짝이는 광고를 정보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누가, 왜 만들었는지’부터 살펴보는 눈, AI·검색·SNS에서 얻은 내용을 공신력 있는 자료와 비교해 보며 ‘정보의 근거’를 확인하는 습관, 그리고 결국 마지막 선택은 유행이 아니라 ‘나와의 맞춤도’를 기준으로 하는 힘. 제가 아이와 함께 직접 부딪히며 느낀 건, 이 세 가지가 진로교육의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입니다. 오늘은 아이가 보여주는 직업 관련 영상이나 글 중 딱 한 가지만 골라, 이렇게 같이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이건 광고일까, 정보일까? 그리고 이 정보는 우리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그 대화 한 번이, 온라인 시대 진로정보를 스스로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첫 연습이 되어 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