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이 미디어 노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by rdsm 2026. 1. 12.

아이 미디어 노출중인 사진

AI, 유튜브, 태블릿 공부까지 모두 “화면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대라 그런지, 저는 요즘 “미디어를 허용할까 말까”보다 “우리 집에서는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더 큰 고민이 됩니다. 앞서 작성한 포스팅 내용처럼 처음에는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는데, 아이가 크면서 보니 시간만으로는 도저히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공간·대화’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우리 집 미디어 사용 원칙을 다시 세워 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아이와 부딪히고 실험해 보면서 만들어 간 규칙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AI 도움도 받고 유튜브도 보면서 디지털 공부도 하는, 결국 우리 가족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지켜 준 기준들을 함께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언제·얼마 동안” 보느냐, 시간 규칙 다시 만들기

처음에는 저도 다른 부모님들처럼 ‘총 사용 시간’에만 꽂혀 있었습니다. “하루 1시간!”이라고 선언해 놓고, 그 1시간 안에 게임이든 유튜브든 공부든 다 구겨 넣으려다 보니, 결국 매일 싸움이 났습니다. 아이는 “이건 공부 영상인데 왜 안 돼요?”, “AI로 문제 푸는 건 공부잖아요”라고 항의하고, 저는 “화면은 다 똑같은 화면이야”라고 받아치고…. 이렇게 팽팽하게 대립하다 보니, 규칙은 규칙대로 안 지켜지고, 서로 감정만 상해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아이와 미디어 사용 기록을 하루만 진짜 꼼꼼하게 적어 봤습니다. 학교 끝나고부터 잠들기 전까지 15분 단위로 “지금 뭐 하는 중인지”를 적어 보았습니다. 막상 표로 만들어 놓고 보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실제 사용 시간이 훨씬 더 산만하게 쪼개져 있더라고요. 10분 유튜브, 5분 쇼츠, 15분 학습앱, 다시 10분 게임… 이런 식으로 자꾸 끊기다 보니, 아이가 집중해서 한 가지에 몰입할 시간이 부족했던 겁니다. 그때 ‘총량’보다 중요한 게 ‘덩어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시간 규칙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1) 집중 시간과 미디어 시간을 분리하기 : 숙제·독서·문제 풀이 같은 ‘집중 시간’ 30~40분을 먼저 확보하고, 그다음에 ‘미디어 시간’ 20~30분을 한 덩어리로 쓰게 했습니다. 중간중간 5분씩 끼워 넣는 대신, “지금은 보는 시간”, “지금은 공부 시간”이 분명해지니까 아이도 덜 대립하게 되었습니다.  2) 용도별 시간 따로 두기 : ‘완전 놀기용’ 영상 시간. ‘학습용’ 디지털 시간
이 둘을 구분했습니다. 예를 들어 평일 기준으로 아이가 원하는 영상: 20분, 학습용 영상·AI·앱: 30분 이런 식으로요. 그러니 아이가 “이건 공부 영상이에요!”라고 우겨도, 이미 학습용에 배정된 시간이 있어서 서로 기준을 맞추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3) 시간은 어른도 같이 지키기 : 제일 찔렸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만 20분, 30분을 강조해 놓고, 저는 옆에서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불공평하고 납득이 가지 않았을거 같습니다. 그래서 타이머를 켤 때 제 폰도 같이 뒤집어 두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지금은 우리 집 미디어 OFF 시간”이라고 선언해 버리니, 아이도 더 잘 따라왔습니다. 이렇게 시간 규칙을 ‘총량 통제’에서 ‘덩어리와 용도 기준’으로 바꾸고 나니, 싸움이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어느 시간대인지”를 서로 알고 있으니, 아이가 AI로 공부를 하든, 유튜브로 영상을 보든, 대화의 기준이 훨씬 명확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공간별 규칙

시간 규칙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니, 다음 고민은 ‘공간’이었습니다. 아이가 침대, 소파, 식탁, 심지어 화장실까지 기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먼저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잠자리에서 영상 끝까지 보다가 화면을 끄고 바로 눕는 습관 때문에, 잠들기까지 한참을 뒤척이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미디어 전용 공간’과 ‘미디어 금지 공간’을 나누는 실험을 해 봤습니다. 아이에게도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기기를 못 쓰게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이 쉴 공간과 눈이 쉴 공간을 따로 만들어 주려는 거야. 사람도 일하는 곳, 쉬는 곳이 다르잖아.”라고 이야기 나누었습니. 처음 만든 원칙은 이랬습니다. 1) 침실·화장실: 미디어 금지 공간 : 침실에서는 책, 대화, 간단한 놀이만 하기. 화장실에는 기기 아예 들고 가지 않기. 이 원칙을 세우고 나니, 잠들기 전 책 한 페이지라도 더 읽게 되는 효과가 자연스럽게 찾아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아이가 많이 투덜거렸지만, 몇 주 지나니 “침대에서는 그냥 누워 있고 싶어”라고 말할 정도로 몸이 적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 거실·식탁: 함께 쓰는 공간 : 유튜브, OTT는 웬만하면 거실 TV로 같이 보기.  식탁에서는 식사 중 영상 금지, 대신 식사 후 10분 정도는 함께 짧은 영상 보는 시간 허용. 이렇게 바꾸고 나니, 아이가 혼자 방 안에서 이상한 영상 보는 횟수가 확 줄었습니다. 함께 보면 자연스럽게 “이건 좀 심한데?”, “이 부분은 재밌다” 같은 대화도 더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공부책상: 디지털 공부 우선 공간 : 학습용 태블릿, AI 질의, 온라인 수업은 책상에서만. 게임·예능 영상은 책상에서는 금지. 공부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예능 영상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용도’를 좀 분리해 놓은 셈입니다. AI를 공부에 쓰더라도, 책상에 앉아서 노트 펼치고 사용하는 것과 침대에 누워 툭툭 치는 건 집중도가 정말 다르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공간 규칙은 아이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저 역시 침대에서 휴대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거실에서 아이와 함께 영상을 보는 쪽으로 바꾸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와 나누는 이야기가 많아졌습니다. “공간을 나눈다”는 건 단순히 기기를 두는 자리를 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이 어디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를 다시 정하는 일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쓰는게 좋을까? 

시간과 공간 규칙을 세워도, 결국 어느 순간에 한 번은 삐걱거리는 시점이 왔습니다. 숙제가 늦게 끝난 날, 친구와 싸워서 기분이 안 좋은 날, 저도 지치고 예민한 날…. 그럴 때는 평소보다 영상을 더 보고 싶고, 저도 “오늘은 그냥 봐라” 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때 규칙을 지탱해 준 게 바로 ‘대화’였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규칙을 어겼다고 느껴지면, 혼내기 전에 무조건 먼저 이야기부터 듣겠다.” 처음에는 저도 잘 지키지 못했지만, 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오늘은 왜 이렇게 오래 보고 싶었어?”라고 물어보려 애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상 못 했던 속마음들이 나왔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이 재밌는 영상 얘기를 계속했는데, 나만 안 봐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었어요.”, “숙제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파서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싶었어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기기를 붙잡는 이유가 꼭 “그냥 놀고 싶어서”만은 아니라는 것을요. 어떤 날은 위로가 필요해서, 어떤 날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 어떤 날은 단순히 머리를 비우고 싶어서 화면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 마음을 듣고 나니, “오늘은 힘들었겠다. 그럼 영상 말고 우리 같이 산책을 나가볼까?”, “친구들이 본 영상 중에서 너는 꼭 봐야겠다 싶은 것만 골라 보자”처럼 함께 해답을 찾는 대화가 조금은 가능해졌습니다. 또 하나 더 중요했던 대화는 ‘부모의 솔직한 고백’이었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엄마도 사실 폰 보는 거 줄이기 힘들어. 그냥 습관처럼 손이 가. 그래서 우리 같이 연습하는 거야.” 이 말을 하고 나니 아이도 저를 감시자가 아니라 동료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반갑게도 “엄마, 우리 오늘은 서로 화면 안 보는 시간 정해볼까?”라며 먼저 제안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AI와 유튜브 사용에 대해서도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AI가 알려주는 답을 그대로 쓰면 왜 안 좋을까?”,  “이 영상은 정보 영상일까, 광고일까?”,  “너라면 이걸 어떻게 판단하겠어?” 이렇게 물어보면, 아이는 스스로 기준을 세워야 하는 상황을 자꾸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그때마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아이가 낸 기준을 존중하고 부족한 부분만 살짝 덧붙이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결국 미디어 사용 원칙은 시간이든 공간이든, 정해 놓는 것보다 왜 그렇게 하기로 했는지 계속 이야기해 보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규칙이 깨지는 순간마다 다시 대화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 그때마다 아이와 부모가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더 알게 되는 것. 이게 디지털 시대 가정이 가져야 할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와 유튜브, 디지털 공부가 일상이 된 지금, “미디어를 아예 안 쓰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집만의 사용 원칙을 시간·공간·대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다시 세워 보았습니다. 시간을 덩어리로 나누고, 공간을 구분해 쓰고, 규칙이 흔들릴 때마다 왜 그런지 이야기해 보는 것. 완벽하진 않지만 이 세 가지를 꾸준히 실천하니, 아이와 미디어를 둘러싼 싸움이 줄어들고, 대신 ‘함께 조절해 가는 경험’이 쌓이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오늘은 아이와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면서, 먼저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우리 집에서는 미디어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그 질문 하나가 여러분 가정의 첫 번째 디지털 사용 원칙이 되어 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