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녀를 위한 경제 교육이라고 하면 어린이 주식 계좌 개설이나 저금통 저축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저는 숫자로만 존재하는 돈보다, 내가 가진 물건이 어떻게 돈으로 바뀌는지 그 '과정'을 먼저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아이 경제 교육의 첫걸음, '당근마켓' 거래였습니다.
작아진 장난감을 직접 팔아보며 아이가 깨달은 물건의 가치와 낯선 이와 소통하며 익힌 협상의 기술, 그 리얼한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1. 중고 거래를 통해 깨우친 물건의 가치
정리를 해도 물건이 포화상태가 되고 지저분해 보여 아이와 함께 큰 맘을 먹고 방을 정리하였습니다. 거기서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들을 골라냈습니다. "이 로봇 장난감은 얼마에 팔면 좋을까?"라는 저의 질문에 아이는 처음에 자기가 샀던 가격을 말하더군요. 하지만 상태가 비슷한 다른 매물들을 함께 검색해 보며, 사용감과 시장 가격에 따라 물건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아이는 직접 장난감을 닦고 사진을 찍어 올리며 "내가 소중히 다뤄야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도 비싸게 팔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소유한 물건을 관리하는 책임감을 배우는 귀중한 아이 경제 교육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최근에 일주일에 한 번 용돈을 단 하루 만에 모두 사용을 해서 크게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경제교육을 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경험이었습니다.
2. 실전 협상의 기술
드디어 구매 희망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조금만 깎아주실 수 있나요?"라는 채팅 메시지에 아이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가격을 무조건 깎아주기보다,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덤(작은 간식이나 스티커)을 제안해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윈윈(Win-Win)을 이끄는 협상의 기술이었습니다.
- 의사소통의 중요성: 구매자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물건의 상태를 설명하는 법을 연습하며 사회성을 길렀습니다. 처음에는 한문장 쓰고 제얼굴 한번 쳐다보고를 반복했지만 기본적인 틀을 알려주니 제법 잘 작성을 하더군요. 설명하는 법은 사회성도 길러주지만 말을 조리 있게 하는 훈련도 함께 되는가 같았습니다.
- 가치 제안: "이 로봇은 설명에도 작성했듯이 깨끗하게 보관했어요"라고 어필하며 망가진 부품 없이 동작이 잘 된다는 부분을 강조하며 자신이 정한 가격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랬더니 감사하게도 상대방도 수긍해 주고 아이가 처음 제시한 가격에 물건을 사 주었습니다. 아이는 너무 뿌듯해하였습니다.
3. 올바른 경제 관념과 성취감
약속 장소에서 직접 구매자를 만나 물건을 건네고 현금을 받는 순간, 아이의 눈은 반짝였습니다. 노동이나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이 얼마나 값진지 체감한 것이죠. 단순히 용돈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성취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매너 거래가 신뢰라는 더 큰 자산을 만든다는 것을 확인한 협상의 기술 그 이상의 배움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번 돈의 일부를 저금하고 나머지는 평소 갖고 싶던 필통을 사는 데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돈의 흐름을 이해하고 계획적인 소비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론만 가르치는 책 보다 당근마켓에서의 한 번의 실전 경험이 아이를 훨씬 더 성장시켰습니다. 아이는 이번 중고거래가 꽤 재미가 있었나 봅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음에 또 팔 물건을 발굴하기 위해 집안 여기저기를 정리도 하고 뒤지고 다니더라고요.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된 거 같아 저도 뿌듯해졌습니다.
마치며
디지털 결제가 당연해진 세상에서 아이들이 돈의 무게를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희 아이도 현물 지폐나 동전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체크카드를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 경제 교육은 거창한 금융 지식이 아니라, 내 물건의 물건의 가치를 알고 타인과 정직하게 소통하며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완성됩니다.
이번주 주말, 아이와 함께 잠자는 물건들을 찾아 세상 밖으로 내보내 보세요. 그 작은 거래가 아이의 경제적 문해력을 키워주는 가장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기회에 아이에게 종종 현물 지폐를 만져 볼 기회도 주려고 합니다. 돈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거래하면 돈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