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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집에서 하는 탐구 프로젝트 (질문, 조사, 발표)

by rdsm 2026. 1. 14.

달의 변화 사진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듣는데, 막상 “무엇이 제일 궁금했어?”라고 물으면 아이가 조용해질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는 지식만 쌓는 공부가 아니라, 궁금한 걸 스스로 파고들어 보는 경험이 필요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작게 시작할 수 있는 탐구프로젝트를 해 보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질문하고, 조사하고, 발표하는 힘’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자신감을 주는지 조금씩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아이와 집에서 해 본 탐구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질문을 만들고, 자료를 조사하고, 마지막에 발표와 기록까지 이어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우리 집 탐구프로젝트, 질문 세우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 왜요?” 아주 어릴 때는 이 질문이 귀엽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솔직히 바쁜 일상속에서 “왜요?”라는 질문이 부담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원래 그런 거야”라며 대충 넘어간 적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창밖을 보다가 달을 가리키며 “엄마, 달은 왜 모양이 자꾸 바뀌어요? 진짜 토끼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이게 바로 탐구프로젝트의 시작점일 수 있겠다. 한 번만 제대로 붙잡아 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공책 한 권을 꺼내 아이에게 “앞으로 궁금한 게 생기면 여기다가 먼저 적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름을 거창하게 붙이기보다는 그냥 “궁금노트”라고 불렀습니다. 아이가 “달 모양이 왜 바뀌는지”라는 첫 번째 질문을 적었고, 저는 “질문 끝에 물음표를 꼭 써 줄 것”, “왜, 어떻게, 언제, 무엇 때문에 같은 말로 시작하면 좋다” 정도의 간단한 규칙만 덧붙였습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노트에는 이런 질문들이 하나씩 늘어갔습니다. “왜 비가 올 때 천둥이 같이 치지?”, “왜 어떤 친구는 말이 빠르고, 어떤 친구는 조용할까?”, “왜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잘 안 사라져요?” 처음엔 아이가 떠오르는 대로 적기만 했다면, 두 번째 단계에서는 그 질문들을 조금 더 ‘탐구형 질문’으로 바꿔 보는 작업을 같이 해 봤습니다. “달은 왜 모양이 바뀌어요?”를 → “한 달 동안 달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고, 그 이유를 정리해 보자”, “플라스틱은 왜 안 사라져요?”를 → “우리 집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 종류를 기록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런식으로 답을 바로 주기 보다는 탐구형 질문형식으로 제시를 했습니다. 그냥 궁금증으로 흘러갈 수 있는 질문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탐구과제’로 바꾸어 보는 경험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신경 쓴 것은 “질문 크기를 줄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종종 “공룡은 왜 멸종했어?”, “지구는 왜 점점 더워져?”처럼 너무 큰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이런 질문 자체는 아주 소중하지만, 한 번의 집 프로젝트로 답을 찾기엔 너무 넓은 범주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이 큰 질문 안에서, 우리 집에서도 해 볼 수 있는 작은 궁금증은 뭐가 있을까?” 그러면 아이는 “요즘 날씨가 예전보다 더웠는지 할머니한테 물어볼까?”라든지, “학교 앞 쓰레기통을 며칠 동안 관찰해 볼까?” 같은 더 작은 질문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질문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 탐구프로젝트의 절반은 이미 이 단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냥 궁금해요”라고 흘려보내지 않고, 공책에 적고, 다시 읽어 보고, 구체적으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이미 생각 근육을 글로 써보며 연습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도 아이가 뜬금없이 “왜요?”라고 물어오면, 바로 답해 주기보다 “우리 궁금노트에 적어 볼까? 나중에 이걸로 프로젝트 한 번 해볼래?”라고 제안해 봅니다. 아이도 이제는 “그래요, 이 질문은 탐구거리 같아요”라며 스스로 적어 넣는 모습을 보여 주곤 합니다. 그 작은 순간들이 집에서 하는 탐구프로젝트의 가장 소중한 출발점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AI·현장을 오가는 조사

질문을 정했다면, 다음 단계는 본격적인 ‘조사’입니다. 예전에는 조사라고 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잔뜩 빌려와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막상 아이와 함께 해 보니, 집 안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조사 활동이 정말 많았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아이에게 “검색해서 답만 찾는 조사”가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비교해 보는 조사”를 직접 경험하게 해 주는 거라고 느꼈습니다. 달 모양이 왜 바뀌는지 궁금해 했던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먼저 책부터 꺼냈습니다. 초등 과학 책, 그림책, 예전에 사 두었던 별자리 책까지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책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관련된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각 책이 달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이나 그림이 어떻게 다른지 한 번 비교해 볼까?”라고 제안했습니다. 어떤 책은 사진이 많고, 어떤 책은 그림이 많고, 또 어떤 책은 실험 활동으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이 차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책마다 설명 방식이 다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챗GPT에게 이렇게 질문해 봤어요.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한 달 동안 달의 모양이 왜 바뀌는지 단계별로 설명해 줘. 그리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관찰 방법도 함께 알려줘.” 그러자 달의 공전과 위상 변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날짜별로 달을 그려 보는 관찰 활동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답을 그대로 믿기보다, 아이와 같이 읽으며 “이 설명이 책에서 본 내용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 것 같아?”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러면서 “AI가 알려주는 내용도 우리가 다시 확인해 봐야 해. 그래서 책이랑 비교해 보는 거야”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현장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주 거창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가능한 날에는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베란다로 나가 달을 관찰했습니다. 달이 보이지 않는 날은 날씨 이유를 적고, 보이는 날에는 달의 모양을 최대한 비슷하게 그려 보게 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그 옆에 시간과 느낌도 함께 적어 보았습니다. “오늘 달은 잘라낸 손톱 모양 같아요”, “오늘은 거의 동그라미에 가까워졌어요” 같은 아이의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이 세 가지 조사를 함께 해보니, 아이 눈빛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검색창이나 AI에게 묻고 “아, 그렇구나” 하고 끝났다면, 이제는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고, AI는 이렇게 설명했는데, 내가 실제로 본 달은 이랬어요”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아, 이게 바로 탐구구나.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비교하고 확인해 보는 과정이구나’라는 걸 아이와 함께 실감하게 됐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프로젝트를 했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책과 영상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먼저 살펴보고, AI에게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플라스틱 줄이기 실천 방법”을 물어본 뒤, 마지막에는 우리 집 쓰레기통을 직접 열어 보고 일주일 동안 나오는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책에서 보던 문제가 우리 집에서도 일어나고 있네?”를 느꼈고, “우리 집만이라도 이렇게 줄여 보자”는 제안을 스스로 하게 됐습니다. 조사 단계는 단순히 자료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눈앞에 있는 현실과 연결해 보는 시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경험이었습니다.

가족 앞 5분 발표

질문과 조사까지 열심히 해 놓고, 발표와 기록을 생략해 버리면 아이 입장에서는 “나 혼자 열심히 알아봤다가 끝난 일”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아쉬웠습니다. 아이가 고생해서 모은 자료와 생각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 보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와, 그런 걸 했었구나”라고 반응하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탐구프로젝트에는 항상 마지막 단계로 ‘가족 발표회’를 넣었습니다. 발표 형식은 상황에 따라 다양했습니다. 달 탐구 프로젝트 때는 A4용지 두 장을 세로로 붙여서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위쪽에는 아이가 한 달 동안 그린 달 그림을 날짜 순으로 붙이고, 중간에는 책과 AI에서 알게 된 중요한 정보, 가장 아래에는 “내가 새로 알게 된 점”과 “앞으로 더 궁금해진 점”을 적었습니다. 발표 당일에는 저와 다른 가족이 “관객”이 되어 소파에 앉고, 아이는 포스터를 벽에 붙인 뒤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오늘 발표할 내용은 달의 모양이 왜 변하는지입니다”라고 처음 운을 떼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플라스틱 프로젝트 때는 PPT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아이가 컴퓨터로 발표 자료를 처음 만드는 거라, 저는 옆에서 최소한의 기능만 알려주었습니다. “제목 슬라이드, 조사 과정 슬라이드, 결과 슬라이드, 느낀 점 슬라이드” 정도만 구조를 잡아주고, 나머지 내용과 사진 배치는 아이에게 맡겼습니다. 발표를 들을 때는 중간에 지나치게 교정하려 들지 않고, 아이가 말하는 흐름을 최대한 지켜보려고 했습니다. 발표가 모두 끝나고 나서야 “엄마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기야”라며 한두 가지를 짚어 주고, “다음 발표 때는 제목을 조금 더 크게 써 보면 어때?”처럼 아주 작은 개선점만 제안했습니다. 발표가 끝나면 바로 기록 단계로 넘어갑니다. 저는 아이의 탐구 결과물과 발표 자료를 한 곳에 모아서 ‘탐구포트폴리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공책, 포스터, 출력물, 사진을 한 바인더에 모아 두고, 디지털 자료(PPT, 사진, 동영상)는 클라우드 폴더에 날짜별로 저장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 맨 앞장에 아이와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배운 점 세 가지”를 간단히 정리해 놓았습니다. 1. 궁금했던 것을 끝까지 파고들어 보면 무섭지 않다는 것, 2. 책, AI, 관찰을 함께 사용하면 더 잘 알 수 있다는 것, 3. 발표가 떨리긴 하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다는 것. 이런 문장들이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다음 프로젝트 주제를 정할 때였습니다. 저는 늘 아이에게 “이번엔 뭐가 궁금해?”라고만 물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포트폴리오 파일을 먼저 펼치더니 “엄마, 우리가 달도 했고, 플라스틱도 했잖아요. 그럼 이번에는 ‘전기’는 어떨까요? 우리가 집에서 쓰는 전기를 줄이는 프로젝트요.” 라고 먼저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이전 탐구 경험이 다음 탐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탐구프로젝트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아이 안에 “나는 궁금한 걸 이렇게 다뤄본 적 있어”라는 기억을 쌓아 주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발표와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에게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겨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패하거나 중간에 흐지부지된 프로젝트도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경험도 솔직하게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멈췄다. 그 이유는 ~였고, 다음에 다시 한다면 이렇게 바꾸고 싶다”라고 적어 두면, 그것 역시 아이에게는 소중한 배움의 자료가 되어 줄 것입니다. 집에서 하는 탐구프로젝트는 거창한 과제가 아니어도 충분합니다. 가족 앞 5분 발표, 공책 몇 장, 사진 몇 장만 있어도, 아이에게는 “내가 궁금했던 것을 끝까지 따라가 본 경험”으로 마음에 깊이 남게 됩니다. 저는 그 경험들이 모여 언젠가 학교에서, 사회에서 더 큰 프로젝트를 만났을 때도 겁내지 않고 “한 번 해 볼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하는 탐구프로젝트는 특별한 교재나 거창한 준비가 없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왜요?”를 궁금노트에 적어 보며 질문을 붙잡고, 책·AI·관찰·실험을 오가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조사 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마지막에는 가족 앞에서 5분이라도 발표와 기록으로 마무리해 보는 것. 이 세 단계만 꾸준히 밟아 보니, 아이의 눈빛이 “틀리면 어떡하지?”에서 “한 번 해 볼까?”로 조금씩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 아이가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이렇게 말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거 진짜 재밌는 질문이다. 우리 이걸로 집에서 작은 탐구프로젝트 한 번 해 볼까?” 그 말 한마디가, 아이의 평생 학습 태도를 바꿔 줄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족과 하는 이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 가볍게라도 한번 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