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이라는 거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는 아이고 어른이고 다 마찬가지 일거 같습니다. 더욱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시험은 늘 스트레스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점수와 등수에 마음이 흔들리고, 아이의 시험 결과에 아이 본인도 부모인 우리도 지쳐 버리기 쉽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아이가 시험이 끝나고 결과를 가져오면 “왜 더 열심히 안 했을까, 왜 이렇게 실수를 많이 했을까” 같은 후회만 남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방식을 바꾸어 보니, 시험은 아이에게 상처를 남기는 이벤트가 아니라 공부법과 마음가짐을 업그레이드하는 체크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성공·실패’를 나누는 잣대가 아니라 ‘성장 경험’으로 바꾸기 위해, 집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도해 볼 수 있는 전략, 복기, 루틴 세 가지 관점을 중심으로 이번 포스팅에 담아보겠습니다.
시험을 위한 '전략'부터 다르게
많은 아이들이 시험을 힘들어하는 이유는 시험 자체가 어려워서라기보다, 늘 “시험은 그냥 보는 것” 이라는 수준에서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준비 과정에 전략이 없으니 결과가 나오면 점수만 크게 보이고, 점수라는 결과가 바로 나오기 때문에 점수에 따라서 “나는 잘한다, 못한다”로 자신을 단정해 버리기 쉽습니다. 저희 아이도 시험 결과에 본인 스스로 더 좌절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서 그런 아이 모습에 엄마로서 속상했던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성장 경험으로 바꾸기 프로젝트로 준비하여 아이와 함께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트라고 해서 거창할 거는 없습니다. 첫 단계는 “이번 시험은 어떤 전략으로 준비할까”라는 질문을 아이에게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략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과목별·영역별로 “이번 시험에서 꼭 챙길 부분”과 “버릴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어라면 지문 유형 중 어디에서 자주 틀리는지, 수학이라면 계산 실수인지 개념 이해 부족인지, 영어라면 어휘인지, 듣기인지 파악한 뒤, 시험 1~2주 전부터는 전 범위를 다 훑겠다는 욕심 대신 취약한 부분 위주로 문제를 모아 반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잘 짜보는 것입니다. 이때 제가 아이에게 도울 수 있는 역할은 “이렇게 해라”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전략을 말로 꺼내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던져 주는 것입니다. “지난 시험에서 가장 아쉬웠던 과목이 뭐였어? 그 과목에서 틀린 문제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 보여?”, “이번에는 그 부분을 줄이려면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할까? 일주일에 몇 번, 몇 문제 정도면 좋을까?”처럼 아이의 생각이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지게 돕는 질문을 던져 주었더니 방법은 효과적이었습니다. 아이가 그 질문에 스스로 해답을 찾고 조금씩 어떻게 하면 될지 조금씩 틀을 갖추어 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시간 전략도 중요합니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보다 최소 1~2주 전부터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계획을 세우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도 시험 날짜를 기준으로 D-7에는 전체 범위를 빠르게 한 번 훑고, D-3~4에는 취약 영역 집중, D-1에는 새로운 문제를 풀기보다는 요약 노트와 오답만 점검하는 식으로 큰 틀을 함께 그려 보게끔 처음에는 가이드라인을 잡아 주었습니다. 그랬던 이런 전략 설계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도 시험을 “운에 맡기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세운 계획이 어느 정도 통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점수도 단순히 잘했다·못했다를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 “이번 전략이 얼마나 맞았는지 알려 주는 데이터”로 보게 되는 기틀까지 잡혀갔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전략을 아이와 함께 세우두니 시험 후 대화의 초점이 “왜 이렇게 나왔어?”가 아니라 “이번 전략 중에 무엇이 잘 먹혔고, 무엇을 조금 수정해야 할까?”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시험 후 ‘복기’가 공부의 절반
시험이 끝난 뒤의 태도는 시험 전보다 더 중요합니다. 어느날 아이 가방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꾸깃한 시험지가 가방 안에 그대로 들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하면 시험은 그 순간으로 끝나고, 같은 실수가 다음 시험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커질 거 같아 걱정되었습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찾아보니 시험 이후 30분만 제대로 복기해도 아이의 학습 효율과 메타인지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기 방법에 가장 중요한 점은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것’이 아니라 ‘왜 틀렸는지, 왜 그 선택을 했는지’를 아이 스스로 말로 설명해 보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늦게라도 지난번 시험의 점수부터 묻고 싶은걸 꾹 참고, 아이가 준비가 되었을 때 함께 앉아 다음과 같은 순서로 복기를 해 보았습니다. 첫째, 틀린 문제를 유형별로 나누어 봅니다. 개념을 몰라 틀린 문제, 개념은 알지만 적용을 못 해서 틀린 문제, 시간 부족으로 찍은 문제, 단순 계산·실수로 틀린 문제처럼 간단한 네 가지 분류만 해도 충분합니다. 아이가 각각의 문제 옆에 간단한 기호나 색으로 표시하게 하고, “이번 시험에서 어떤 유형이 가장 많았어?”라고 묻다 보니 아이 스스로 약점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시험 보는 순간의 생각을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이 문제를 풀 때 무슨 생각을 했어? ‘아, 이거 지난번에 봤던 건데…’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처음 보는 유형이라 당황했는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를 물어보았더니 아이도 자신이 시험장에서 어떤 패턴으로 반응하는지 알게 된 모습이어서 효과가 좋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묻는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과정과 감정 상태를 돌아보게 하는 메타인지 훈련입니다. 셋째,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지’를 한 문장으로 적어 보게 합니다. 예를 들어 “다항식 곱셈 문제는 전개를 모두 쓰고 한 줄씩 확인한다”, “긴 지문은 지문 전체를 읽기 전에 문제부터 읽고 표시를 하고 들어간다”처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문장의 가이드를 우선 잡아주었습니다. 이 한 문장이 나중에 다시 보니 가장 쓸모 있는 요약이 되었습니다. 복기 노트는 반드시 예쁘게 만들 필요도, 과목별로 따로 분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한 공책에 시험 날짜를 쓰고 “잘한 점 한 가지, 아쉬운 점 두 가지, 다음 시험을 위한 약속한 줄” 정도로 간단히 정리하는 편이 오래 지속하기 좋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부모님들은 해설 선생님이 되기보다 인터뷰어 역할을 맡는 것이 좋습니다. “왜 이렇게 틀렸어?”라며 다그치기보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럼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해 보고 싶어?”라고 묻는 편이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성장의 재료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복기를 반복할수록 아이는 점점 시험지를 쓰레기가 아니라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 남겨진 기록’으로 보게 되는 효과가 분명 있었습니다.
시험 '루틴'을 만드는 연습
시험을 성장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루틴’입니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저는 벼락치기(일명 : 시험전날쯤, 몰아서 그냥 외우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매번 시험 전날이 되어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처럼 부랴부랴 외워내기 바빴습니다. 이런 벼락치기식으로 공부는 금방 지치기도 했고,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아 다음 시험 때는 다시 처음부터 고생하기를 반복합니다. 반면 루틴이 잡힌 공부법을 한 아이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불안하기보다는 “평소 하던 패턴을 조금 더 집중해서 하면 된다”라고 느끼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이 덜합니다. 루틴은 거창한 계획표가 아니라 “시험 전 2주 동안 반복되는 일상의 패턴”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시험 2주 전부터는 평일 저녁에 1시간은 반드시 국·수·영 중 취약과목 한 과목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오전에 오답 복기, 오후에는 프로젝트 과제나 수행 준비를 하는 식으로 구조를 잡아 줍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무엇을’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시험 기간에는 열심히 할 거야” 같은 다짐보다 “평일 저녁 8시~9시는 거실 식탁에서 수학 문제집 4쪽, 9시~9시 20분은 국어 비문학 지문 한 개”처럼 눈으로 봤을 때 바로 행동이 떠오르는 계획이 루틴에 가깝습니다. 아이의 루틴을 만들 때 제가 해준 가장 좋은 지원은 시간을 지켜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 기간만큼은 저녁 시간대에 가족 전체가 TV·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아이가 공부하는 공간 주변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기를 가족들에게 부탁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내 공부시간이 가족에게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되어 주었습니다. 또 루틴에는 쉬는 시간과 회복 루틴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시험 기간이라고 하루 종일 책상에 붙어 있기를 기대하면, 아이는 공부 자체를 벌처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에게 40~50분 집중 후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거나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뇌를 쉬게 해 주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10분 동안 미디어 사용을 허용할지 말지는 가정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만약 허용한다면 “짧은 영상 2개까지만”, “알람이 울리면 바로 끄고 자리로 돌아오기”처럼 소규모 규칙을 함께 정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이 루틴을 모두 버리지 말고, 일부는 평소 공부 루틴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시험 준비 기간 동안 했던 “아침 10분 단어 복습”이나 “저녁 식사 후 20분 독서” 같은 루틴을 저희 아이에게 시험이 끝난 다음에도 유지하게 했더니, 다음 시험이 다가올 때 훨씬 수월하게 다시 페이스를 올리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물론 저 루틴은 저 혼자만 계획해서 강요한 것이 아닌 아이에게 “이번 시험 루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습관이 뭐였어? 그중에서 하나만 평소에도 계속 가져가 보자”라고 제안을 해서 아이가 원하는 루틴으로 실행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시험 준비가 끝나도 공부 습관 중 일부는 아이의 일상에 남게 되었고, 시험이 ‘고생만 하다가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내 공부 루틴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시험을 성장 경험으로 바꾸려면 점수에만 시선을 두기보다, 시험을 둘러싼 전략·복기·루틴이라는 세 가지 층을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시험 전에는 아이가 스스로 목표와 전략을 세워 보도록 질문으로 돕고, 시험 후에는 오답 그 자체보다 ‘왜 그렇게 풀었는지’를 함께 복기하며, 한 번의 벼락치기가 아니라 시험 때마다 반복되는 루틴을 조금씩 다듬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아이에게 시험 얘기를 꺼낼 때 점수·등수부터 묻기보다 이렇게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번 시험은 어떤 전략으로 준비하고 싶어? 그리고 끝나고 나면 우리 둘이 10분만 복기 시간 가져 보자. 그 대신 엄마·아빠도 너랑 같이 다음 시험 루틴을 만들려고 노력해 볼게.” 그 한 마디가 시험을 두려운 심판대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 방법을 실험해 보는 장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