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을 키울수록 가장 많이 한 말 중 하나가 “요즘 아이 키우기는 진짜 어렵다”였던 것 같습니다. 늘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미션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AI, 디지털, 진로, 감정, 공부… 예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런 새로운 고민들이 한꺼번에 밀려 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어려운 건 “요즘 아이”라기보다, “어제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를 가르치는 부모’에서 ‘아이와 함께 배우는 부모’로 마음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동안 제가 AI, 공부, 진로, 실패, 감정 이야기를 아이와 나누며 조금씩 깨달은 것들을 한 번에 정리해 보려는 결론편입니다. 부모도 끊임없이 배우고, 태도를 바꾸고, 아이 앞에서 성장하는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담아 적어 보려 합니다.
배우는 부모되기의 역량
AI, 디지털, 진로, 감정코칭까지.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이런 말들이 다 부담으로만 느껴졌습니다. “내 것도 벅찬데, 이걸 또 내가 다 배워야 하나…” 하는 마음부터 자꾸 들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모르는 척, 못 본 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엄마는 왜 맨날 나보고만 공부하래요? 엄마는 요즘 뭐 배우고 있어요?” 그 질문에 대답을 못 했습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걸 멈춰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 저는 조용히 결심했습니다. “그래, 나도 다시 배우는 사람이 되어 보자. 완벽하게 알지 못해도, 아이 앞에서 배우고 있는 어른이 되어 보자.” 그때부터 제가 제일 먼저 시작한 건 거창한 자격증 공부가 아니라, ‘아이와 연결되는 한 분야’를 정해 꾸준히 깊게 파고드는 것이었습니다. AI와 디지털이 걱정될 때: 유튜브, 강의, 책 중 한 가지를 골라 “부모를 위한 AI 이해” 같은 콘텐츠를 끝까지 들어 보기. 진로가 막막할 때: 진로교육, 성장마인드셋, 미래역량에 관한 책 한 권을 진짜 끝까지 읽어 보기. 감정코칭이 어렵게 느껴질 때: 관련 강의 하나를 듣고, 아이와 실제로 써볼 문장 세 가지만 적어 보기.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는 느낌이라 처음엔 먼가 막막하고 머리가 아팠습니다. AI 강의를 듣는데 용어도 어렵고, 진로 관련 책의 사례들은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걸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들여다보니, 어느 순간 조금씩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아이의 눈으로 다시 세상을 배우는 기분이 들기도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아이와 공부 이야기할 때 제 말투가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요즘은 AI 시대야, 그러니까 네가 더 열심히 해야지”처럼 ‘너는 해야 한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엄마도 AI 공부를 조금씩 해 보니까, 무서울 때도 있고, 신기할 때도 있더라. 그래서 우리 집은 ‘AI를 무조건 피하는 집’보다, ‘AI를 제대로 알고 쓰는 집’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 길을 엄마 혼자 먼저 가는 게 아니라, 우리 같이 가 보면 어떨까?” 라고 이야기 합니다. 아이에게 “공부해”라고만 말하던 시절과, “엄마도 지금 이걸 배우는 중이야”라고 말하는 지금은 분위기 자체가 다릅니다. 아이가 문제집을 풀 때 저도 옆에서 제 공부를 펴 놓습니다. 아이는 수학을 풀고, 저는 AI 관련 책을 읽거나, 진로·교육 관련 글을 정리합니다. 그러다 쉬는 시간에 서로가 배운 것을 하나씩 나눴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나 과학 상식을 이야기해 주고, 저는 오늘 들은 강의에서 인상 깊었던 한 문장을 들려줍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아이도 어느 순간 “엄마도 공부하니까… 나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조금 덜 들어요.” 라고 말해 주어 제가 천천히 나가려는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그동안 ‘공부하라’는 말이 때로는 억울하게 들렸겠구나, ‘엄마는 이미 다 큰 사람, 나는 계속 평가받는 사람’처럼 느껴졌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부모가 모든 걸 다 공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요즘은 아이를 공부시키는 역량보다, 부모가 계속 배우는 사람으로 살아갈 역량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믿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변화의 시대를 잘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면, 먼저 부모가 변화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요즘 시대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공부 역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완벽한 부모” 말고 “유연한 부모”의 태도
아이와 AI, 공부, 진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한 지점에서 자꾸 막히게 됩니다. 바로 ‘태도’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알고 있어도, 부모인 제가 여전히 “틀리면 안 돼”, “늦으면 안 돼”,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돼”라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 불안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는거 같았습니다. 한 번은 아이가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며 한 주 계획표를 멋지게 만들어 왔습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빼곡히 채워진 공부 계획을 보고, 저는 속으로 ‘이걸 정말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말하지 않았고 “와, 스스로 이렇게 계획 세웠구나. 멋지다”라고만 말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계획표를 다시 펼쳐 보니 지켜진 건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봐, 엄마가 뭐라고 그랬어. 현실적으로 세웠어야지”였습니다. 아이 얼굴이 굳어지며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해 보려고 한 걸 왜 항상 이렇게 말해요.” 그 순간, 제 태도는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어른’, ‘안전한 답만 원하는 어른’처럼 보였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요즘 시대에 필요한 부모의 태도는 무엇일까? 답은 결국 ‘유연함’으로 모아졌습니다. 계획이 틀어질 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 아이가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할 때, 그 순간에 부모가 보이는 태도가 아이에게 그대로 각인 됩니다. 그래서 저는 몇 가지 태도를 의식적으로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1) “그럴 수도 있지”를 자주 말해 보기 - 계획이 어긋났을 때: “계획이랑 현실이 다를 수도 있지. 그럼 이번 주에는 어디를 줄일까?” 진로가 자주 바뀔 때: “생각이 자주 바뀌는 시기도 있어. 그만큼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몰라.” 2) “모른다”를 솔직히 인정해 보기 : 아이가 “AI가 우리 일자리를 다 뺏는 거예요?”라고 물으면, “엄마도 정확히는 몰라. 다만 여러 글을 읽어 보니 이런 얘기들이 있어. 우리 같이 더 알아볼까?”라고 대답하기. 진로, 입시, 제도에 대해 모를 때 “엄마도 지금 배우는 중이야”라고 솔직하게 말해 보기. 3) “한 번 해 보자”를 먼저 꺼내 보기 : 아이가 새로운 도전(동아리, 프로젝트, 발표)을 망설일 때, “망해도 괜찮으니까 한 번 해 보자. 잘 안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라고 말해 보기. 태도는 말보다 몸에서 먼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 제 눈빛이 먼저 흔들리는지, 한숨부터 나오는지, 아니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옆에 앉아주는지. 아이는 그것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챕니다. “엄마는 말로는 괜찮다고 하는데, 표정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하던 아이의 문장이 아직도 제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무언가를 망치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제 안에서 먼저 올라오는 ‘불안·조급함’을 알아차리려 애씁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되뇌입니다. “지금은 아이를 고치려는 순간이 아니라, 내 태도를 점검할 시간이다.” 그러면 조금은 말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계획이랑 좀 다르게 흘러가고 있네. 이럴 때는 보통 어떻게 해? 포기해? 아니면 조금 줄여서라도 이어 가 볼까?” 이에게 보여 주고 싶은 부모의 태도는 이제 명확합니다. 틀릴 수 있다는 걸 아는 태도, 모르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태도, 상황에 따라 방향을 조금씩 수정할 줄 아는 태도 입니다. 완벽한 부모보다, 유연하게 배우고 방향을 고쳐 가는 부모가 아이에게 훨씬 더 큰 선물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해설자'가 아닌 ‘롤모델’ 되기 프로젝트
어느 날 아이가 진로체험 학습을 다녀 온 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그러는데요, 앞으로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게 제일 중요하대요. 근데 엄마는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요?” 이 질문에 저는 또 한 번 멈칫했습니다. 엄마가 되기 전의 저는 분명 좋아하던 것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라는 말 뒤에 제 취향과 욕구를 모두 접어 둔 채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가 볼 때 저는 그저 “숙제 검사해 주는 사람, 잔소리하는 사람, 일정 관리하는 사람” 정도로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아, 나는 아이 인생의 해설자처럼만 서 있었구나. ‘그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이래서 힘들고’라고 말해 주는 사람. 그런데 정작 내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늦었지만, 제 삶에도 작은 롤모델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아이가 볼 수 있는 거리에서 제가 어떤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를 조금 더 드러내 보는 작업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미뤄 두었던 “나만의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보기 (글쓰기, 새로운 분야 공부, 자격증 도전 등). 좋아하지만 아이 때문에 멈춰 두었던 취미를,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금씩 다시 해 보기 (그림, 운동, 독서 등).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아이에게 “나도 오늘 이런 일이 있어서 힘들었어, 그래서 이렇게 회복해 보려고 해”라고 솔직하게 말해 보기. 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늘 미뤄 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온라인 글쓰기 스터디에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도 예전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맨날 ‘언젠가’만 말하고 했거든. 근데 이제는 진짜 한 번 도전해 보려고 해. 그래서 오늘부터 일주일에 한 번은 저녁에 이 스터디 숙제를 해야 해.” 라고 당당하게 말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그럼 저는요?”라며 살짝 서운해 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나중에 네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으면, 나도 내 꿈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았다는 걸 보여 줘야 할 것 같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더라도, ‘엄마도 도전해 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덧붙여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뒤로 신기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제가 글쓰기 숙제를 하려고 노트북을 펴면, 아이도 옆에서 자신의 숙제나 프로젝트를 꺼냅니다. 가끔은 서로의 글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아이는 제 글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도 가끔은 틀린 문장 쓰네요. 근데 몇 번 고치니까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그치? 그래서 엄마도 너한테 ‘고쳐 쓰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거야.” 그때 저는 아이에게 가장 큰 롤모델은, 성공한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매일 실수하고, 배우고, 다시 도전하는 부모의 모습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인생에서 부모가 할 일은 이제 바뀌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직업은 좋고, 저건 안 좋아”라고 평가하는 해설자가 아니라, “엄마는 이렇게 살고 있어, 이렇게 넘어지고, 이렇게 다시 일어나고 있어”를 보여주는 삶의 사례가 되는 것. 물론 저도 여전히 중간중간 흔들립니다. “내가 이렇게 사는 모습이 괜찮은 롤모델일까?” 하는 의심도 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믿기로 했습니다. 완벽한 대본을 다 짜 놓고 연기하는 어른보다, 틀리면서도 다시 배우는 어른, 모르지만 같이 찾아보는 어른, 실패했다고 주저앉지 않고 “나는 아직 가는 중이야”라고 말할 줄 아는 어른. 이런 어른이야말로, AI 시대·진로 고민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큰 용기가 되어 줄 수 있다고 저는 여러 경험을 통해 믿게 되었습니다.
AI, 디지털, 진로, 감정, 실패, 공부… 우리는 참 많은 말을 아이에게 요구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아이와 부딪히며 얻은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아이에게만 변하라고 말하기 전에, 부모인 내가 먼저 배우고, 태도를 바꾸고, 나답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자.” 완벽한 지식을 다 갖추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부모도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라는 것,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것, 자기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려 애쓰는 롤모델이라는 사실입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아이에게 이렇게 한 번 솔직하게 말해 보면 어떨까요. “엄마도 아직 배우는 중이야. 그래서 너랑 같이 자라고 싶어. 우리 각자 이번 달에 ‘새로 배워 보고 싶은 것’ 한 가지씩 정해 볼까?” 그 한 마디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을 열어 줄지 모릅니다. 작은거 하나부터 바꿔보려는 태도, 노력하는 모습만으로 이미 큰 첫걸음을 하는 것이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다같이 용기 내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