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10년 뒤 사라질 직업”, “AI가 대체할 일자리” 같은 제목이 참 자주 보이는 거 같습니다. 그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예전처럼 “좋은 대학 → 안정된 직장”이라는 공식만 믿고 키워도 될까, 아이가 살아갈 시대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부모인 저부터 많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이런 고민 속에서 아이와 함께 조금씩 시도해 본 것들을 중심으로, 미래직업 시대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 자녀 진로교육, 경험 쌓기, 포트폴리오 정리 방법을 솔직한 경험담과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진로 대화를 다시 시작하다
어느 날 저녁, 아이에게 무심코 물었습니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아이의 대답은 “음… 모르겠어요. 근데 돈은 많이 벌고 싶어요.”였습니다. 먼가 마음 한편이 씁쓸했습니다. 그날 밤, 혼자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 시대에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진로 질문은 뭘까?’ 그러다 제가 스스로에게 먼저 던진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직업 이름을 말하게 하는 데 급급했던 건 아니었을까?” 예전처럼 ‘의사, 교사, 공무원’ 같은 직업 이름이 곧 인생 목표가 되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직업의 형태도, 일하는 방식도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직업도 앞으로 많이 생길 거라고 하는 소식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뭐가 되고 싶어?” 대신 “어떻게 살아가고 싶어?”를 묻는 게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로 대화의 질문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너는 어떤 문제를 보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 “하루종일 해도 덜 지겹다고 느끼는 활동은 뭐야?”, “사람들이 너한테 고맙다고 말할 때는 주로 어떤 일을 해 줬을 때였어?” 처음에는 아이도 어색했는지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엄마는 어릴 때 친구들 고민 들어주는 걸 참 좋아했어.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일을 할 때도 사람들 이야기 듣고 도와주는 일이 잘 맞더라.” 이렇게 제 경험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니, 아이도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친구들 발표 준비 도와주는 거 재밌어요. 누가 어려워하는 거 알려주면 기분 좋아요.” 그 말을 들으면서, ‘아, 이 아이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정리해서 설명하는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끼는구나’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진로를 ‘직업 이름 하나’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은지,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지를 같이 찾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나눠 준 진로검사 결과도 예전처럼 “이 직업이 잘 맞는다더라”에만 머물지 않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나의 어떤 성향 때문인지 한번 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보니 ‘추천 직업 목록’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고, 아이도 검사지를 더 의미 있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미래직업 대비 진로교육이라고 해서 특별한 자료나 고급 정보를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부모인 제가 먼저 “너를 하나의 사람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있니?”,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를 묻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질문을 함께 붙들고 고민해 주는 것, 그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진로 교육의 첫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직접 해본 경험을 하나씩 늘려 보기
미래직업 이야기를 들을수록 마음 한편이 불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뭐든 잘해야 먹고 산다더라. 그러니까 지금부터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해 보고…” 말을 하고 나서도 제 마음이 이상하게 답답했습니다. ‘이건 그냥 불안을 아이에게 떠넘기는 말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방향을 조금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많이 배우게 하기’보다는 ‘깊게 경험하게 하기’로 말입니다. 미래직업 시대에는 한 번 배운 지식을 오래 들고 가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해 보는 경험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접하면서, “그럼 우리 집에서는 어떤 경험부터 하나씩 늘려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해 봤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먼저 시도해 본 것은 ‘작은 프로젝트 하나 완주해 보기’였습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주제 하나를 정해서 ‘질문하기 → 조사하기 → 정리하기 → 발표하기’까지 한 번 끝까지 가 보는 경험이었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동물을 좋아해서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해 알고 싶다”라고 했을 때, 1) 어떤 동물이 왜 멸종 위기에 놓였는지 궁금한 점을 먼저 써 보고, 2) 책, 영상, 인터넷, 필요하면 챗GPT까지 활용해서 자료를 찾아보고, 3) 찾은 내용을 A4 용지 두 장 정도로 정리해서, 4) 마지막에 가족 앞에서 5분 정도 발표해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귀찮아요”를 입에 달고 살던 아이도, 막상 발표가 끝난 뒤 제가 “와, 이번에는 네가 선생님이었네”라고 말해 주자,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아, 아이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스펙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 본 경험이구나.’ 이후로는 학교 활동이나 일상에서도 ‘작은 프로젝트’를 찾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학교 행사 포스터를 직접 디자인해 보기, 동네 축제에서 체험부스 자원봉사를 한번 맡아보기, 집에서 중고 물건을 정리해 온라인 중고거래 글을 아이와 함께 써 보기. 이런 것들도 모두 미래직업과 연결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포스터를 만드는 경험은 디자인과 마케팅의 씨앗이 될 수 있고, 부스 운영은 서비스 직업의 기초를 체험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고, 중고 거래는 글쓰기, 협상, 책임감까지 함께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스스로에게 자주 되뇌는 말이 있습니다. “시험 점수는 그때그때 숫자로 남지만, 경험은 아이 몸과 마음 안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이거 해 봐도 돼요?”라고 물으면, 실패가 크게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면 웬만하면 “한번 해 보자”라고 하려고 합니다. 결과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 본 경험 자체를 칭찬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미래직업 대비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익숙한 사람’으로 자라나게 돕는 일이라는 걸,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의 발자취인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미술대학 준비생들이나 디자이너에게나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입시, 취업, 심지어 동아리 활동에서도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우리 아이에게도 언젠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초등, 중학생인 지금부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부담도 솔직히 컸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기준을 하나 세웠습니다. “지금 단계의 포트폴리오는 스펙 자랑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경험을 해 왔는지 함께 돌아보는 기록 노트 정도면 충분하다.” 그날부터 저는 아이와 함께 ‘경험 기록 파일’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집에 있던 바인더 파일과 클리어 파일 몇 장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안에 이런 것들을 천천히 모았습니다. 아이가 자랑스러워했던 수행평가나 보고서, 학교나 학원에서 칭찬을 받았던 프로젝트 결과물, 봉사활동 인증서나 체험활동 참가증, 본인이 스스로 뿌듯해했던 그림, 글, 발표 자료 등등. 무엇을 넣을지 기준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점수가 높았느냐”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애정을 느끼고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결과물이냐”였습니다. 파일에 한 장 한 장 끼울 때마다 저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이건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어?”, “어떤 점이 제일 기억에 남아?” 그러면 아이는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자신의 노력을 다시 한 번 말로 정리하게 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이미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머릿속에 쌓아 가는 시간이 되는 거 같습니다. 조금 익숙해지고 나서는 디지털 포트폴리오도 시도해 봤습니다. 클라우드 폴더나 간단한 문서에 아이 이름으로 폴더를 하나 만들어, 사진이나 PDF 파일을 저장해 두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제일 앞장에는 이런 제목을 적었습니다. “○○가 해 본 것들, 배우는 중인 것들, 잘하고 싶은 것들” 그 안에는 참여해 본 활동 목록, 좋아하는 과목과 이유, 앞으로 꼭 해 보고 싶은 활동 3가지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아이와 1년에 한두 번 이 파일을 다시 열어 보며, “아, 우리가 이런 것도 했었네?”, “이때는 이런 걸 좋아했구나”를 함께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면 좋을 거 같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고 해서, 꼭 특별한 상이나 대회 수상 경력만 가득 채워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실패했던 도전, 중간에 방향을 바꾼 경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던 순간 이런 것들이 더 진짜 ‘나다운 기록’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이거 망쳤어”라고 가져온 결과물도, “그럼 이 경험은 우리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남겨 볼까?”라고 묻습니다.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다음에 다시 할 기회가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적어 보는 것만으로도, 그 경험은 더 이상 단순한 실패가 아니게 됩니다. 미래직업 대비 포트폴리오는 결국, ‘아이의 삶의 발자국’을 잘 남겨 주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언젠가 아이가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이 기록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주는 거울이 되어 줄 거라고 믿고, 오늘도 한 장 한 장 천천히 함께 채워 가는 중입니다.
미래직업 대비 자녀교육이라고 해서, 거창한 준비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와 진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직업 이름 대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살고 싶은지’를 묻고, 시험과 성적 너머로 작은 프로젝트와 다양한 경험을 응원해 주고, 그 과정들을 포트폴리오처럼 함께 기록해 보는 것, 이 세 가지만 꾸준히 이어 가도 아이의 눈빛과 말투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너는 너다운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과 그 믿음을 뒷받침해 줄 작지만 꾸준한 경험의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이와 지난 1년을 천천히 돌아보며 “그동안 우리가 해 본 것들”을 함께 적어 보는 것부터 한 번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