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생기면 검색창보다 챗GPT에게 먼저 묻는 세대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러다 공부를 AI에게 다 맡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쓰는 방법만 잘 잡아 주면 오히려 아이의 질문력과 탐구심, 기록 습관을 키우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실제로 아이와 함께 챗GPT를 공부에 활용해 보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현실적인 활용법을 ‘질문, 탐구, 기록’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질문으로 시작한 챗GPT 공부
처음 집에 챗GPT를 도입했을 때, 솔직한 마음으로 저는 꽤 불안했습니다. 아이가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챗GPT에게 묻고, 그 답을 그대로 공책에 옮겨 적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다 생각은 안 하고, 복사만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사회 숙제를 하다가 “챗GPT야, 독도를 설명해 줘”라고 묻고, 나온 글을 거의 그대로 베끼려 하더군요. 그 순간 ‘아,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조건 쓰지 말라고 막는 대신, 어떻게 써야 공부가 되는지 함께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시도한 건 ‘질문 자체를 같이 다듬어 보기’였습니다. 아이가 “독도를 설명해 줘”라고만 쓰려 할 때, 저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는 독도에 대해 정확히 뭐가 궁금해? 위치? 역사? 왜 중요한지?”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왜 우리나라 땅인지가 제일 궁금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왜 독도가 우리나라 땅인지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해 줘”로 바꾸어 입력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원하는 방향에 훨씬 가까운 답이 나왔고, 아이도 “아, 이렇게 자세히 써 달라고 말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깨닫는 눈치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챗GPT를 쓸 때 한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짧은 질문 말고, 네가 진짜 궁금한 점이 드러나게 구체적으로 묻기.” 이를 위해 아이와 함께 질문에 들어가면 좋은 요소들을 정리해 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 누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줄지(초등학생, 중학생, 부모 등), - 어떤 형식으로 설명해 줄지(세 가지로, 비교해서, 예시를 들어서 등), - 무엇이 제일 궁금한지(이유, 과정, 차이점 등). 처음에는 아이가 “이렇게 길게 쓰는 게 더 귀찮은데요?”라고 투덜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 연습하다 보니, 질문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공부라는 걸 아이도 조금씩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질문을 제대로 쓰려면, 자기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할 때도, 그냥 “광합성을 설명해 줘”라고 묻는 대신 “광합성이 뭔지는 아는데, 왜 햇빛이 꼭 필요하고 밤에는 왜 안 되는지 궁금해요. 초등학생이 예시를 상상하면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줘”라고 질문을 바꿔 보게 했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이전에 배운 내용과 연결해서 새로 궁금해진 부분을 스스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렇게 ‘질문을 다듬는 연습’을 하다 보니, 재미있는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숙제에서 모르는 게 나오면 바로 “엄마, 이게 뭐예요?”라고 부르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엄마, 질문을 이렇게 써 봤는데 어떤 것 같아요?”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물어보는 방식이 “정답을 달라”에서 “질문을 같이 다듬어 달라”로 바뀐 것입니다. 저는 이 변화를 보면서 챗GPT가 아이를 게으르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질문을 잘 만드는 도구로도 쓸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결국 관건은 “챗GPT에게 무엇을 묻느냐”는 것이었고, 부모인 저는 그 질문을 함께 찾아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걸 몸소 배우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탐구 시작점’으로 바꾸기
챗GPT를 쓰면서 두 번째로 부딪힌 문제는, 아이가 챗GPT의 답을 ‘끝’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답변이 나오면 “아, 이거구나”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깊이 생각해 보려 하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어느 날은 과학 조사 과제를 하다가 “챗GPT가 이렇게 말했는데요?” 하며, 마치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100% 믿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때 저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챗GPT의 답을 탐구의 시작점으로 느끼게 만들어야겠다’라고요. 그래서 그날부터 저는 새로운 습관 하나를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챗GPT에게서 답을 얻어오면, 무조건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1) “이 답 중에서 너는 어떤 부분이 가장 신기하거나 낯설어?” 2) “이 내용이 정말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부분은 어디야?” 3) “여기서 더 궁금해진 점이 있다면 뭐야?” 라는 질문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공룡이 왜 멸종했는지”를 물어보고 답을 받아왔을 때, 저는 첫 번째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이는 “공룡이 멸종한 이유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겹쳤을 수도 있다는 점이 신기해요”라고 말했다가, 이어서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가 더 궁금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번째 질문과 세 번째 질문을 묶어서 새로운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공룡 멸종의 증거를 과학자들이 어떻게 찾았는지, 실험이나 발견 사례 중심으로 설명해 줘”라고 다시 물어봤습니다. 단순히 ‘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로 질문의 방향을 바꿔 본 것입니다. 또 하나 자주 활용했던 방법은 ‘두 번 묻기’입니다. 같은 주제라도 챗GPT에게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질문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역사 공부를 할 때, 먼저 “조선 시대 왕의 입장에서 임진왜란을 설명해 줘”라고 묻고, 다음에는 “당시 농민의 입장에서 임진왜란을 설명해 줘”라고 다시 물어보게 했습니다. 그러면 같은 사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세상에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저는 이 과정을 ‘탐구의 깊이’를 넓히는 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가끔은 챗GPT의 답이 애매하거나 틀려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일부러 “챗GPT도 틀릴 수 있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이 내용이 맞는지 다른 자료도 찾아보자”며 책, 검색, 영상 등을 같이 찾아봤습니다. 이때 챗GPT를 ‘항상 옳은 선생님’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친구’ 정도로 느끼게끔 표현을 일부러 조절했습니다. “이 친구가 이런 말을 했는데, 우리가 한 번 확인해 보자”라는 식으로요. 그러다 보니 아이도 점점 “챗GPT가 이런 말을 했는데,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하며, 스스로 검증의 필요성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저는 챗GPT를 더 이상 ‘검색의 끝’으로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좋아, 이제 시작이야. 여기서부터 우리가 뭘 더 궁금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도 “답 한 번 얻고 끝내는 사람보다, 거기서 새로운 질문을 하나 더 만드는 사람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거야”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챗GPT가 알려주는 정보 자체 못지않게, 그 정보에서 다시 탐구를 이어가는 힘이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공부 습관이라는 걸, 어렵지만 저도 아이도 함께 배우는 중입니다.
기록 습관
챗GPT를 한동안 사용해 보니, 또 다른 문제가 하나 더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질문도 잘 던지고, 탐구도 나름 깊이 있게 하는 것 같은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아이가 그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챗GPT랑 같이 정리했던 거 기억나?”라고 물으면, “음… 대충은요…” 하면서 흐릿하게만 떠올리는 모습이 반복됐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질문도 하고 탐구도 했지만, 그게 다 화면 속에서만 흘러가 버렸구나. 남겨 두질 않았구나.’ 그래서 저는 기록 습관을 함께 붙여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거창한 공부 노트가 아니라, 아주 단순한 ‘챗GPT 공부 일기’ 같은 것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작은 공책 하나를 준비해서, 매일은 아니어도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챗GPT와 나눈 대화 중 기억해 두면 좋을 부분만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한 것입니다. 그 공책에 적는 내용은 딱 세 줄입니다. 1줄: 오늘 챗GPT에게 던진 핵심 질문, 2줄: 그 답에서 새롭게 알게 된 점 한 가지, 3줄: 여기서 더 궁금해진 점 또는 느낀 점 한 가지 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왜 잠을 자야 하는지”를 물어봤다면, 공책에는 이렇게 적습니다. 1줄: 왜 잠을 자야 하는지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달라고 물어봄. 2줄: 잠을 자는 동안 뇌가 기억을 정리하고, 몸이 고쳐지는 시간이란 걸 새로 알게 됨. 3줄: 그래서 늦게 자면 키 크는 데도 영향이 있을지 더 궁금해짐. 이렇게 세 줄만 적어도, 나중에 다시 펼쳐 보면 그날의 대화와 생각이 꽤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아이에게도 “이건 시험을 위해 쓰는 필기가 아니라, 미래의 너에게 보내는 메모야. 나중에 봤을 때 ‘아, 그때 나는 이런 걸 궁금해했구나’ 하고 알 수 있도록 남겨두는 거야”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 아이도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틀려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적기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 해 본 방법은 ‘챗GPT에게 노트 정리 도와 달라고 시키기’입니다. 아이가 챗GPT와 꽤 긴 대화를 나눴을 때, 그걸 그대로 공책에 옮기기는 너무 벅찹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오늘 대화를 세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챗GPT에게 부탁해 볼래?”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 챗GPT가 핵심 요약을 세 문장 정도로 정리해 줍니다. 그 요약문을 아이가 읽어 보고, 자기 말로 조금 고쳐서 공책에 옮겨 적게 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자기 말로 바꾸어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바로 이해와 기억을 동시에 도와주는 단계라고 느꼈습니다. 기록은 꼭 글이 아니어도 괜찮았습니다.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챗GPT에게서 배운 내용을 그림이나 간단한 도표로 표현해 보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의 구조를 배웠다면 지구를 동그랗게 그려 놓고, 겉에서부터 껍질, 맨틀, 핵을 색깔로 나누어 표시해 보게 하는 식입니다. 그림 옆에는 챗GPT에게 물었던 질문한 줄만 적어 두었습니다. 나중에 그 그림을 다시 보게 되면, 챗GPT와 나눴던 대화의 내용도 함께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록 습관을 붙이고 나니, 챗GPT 공부가 ‘그때그때 궁금증만 푸는 활동’에서 ‘내 지식과 생각이 쌓여 가는 과정’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도 어느 순간부터 “이건 챗GPT 공부 노트에 적어 놓고 싶어요”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박수를 쳤습니다. 질문하고, 탐구하고, 기록하는 이 세 가지 흐름이 연결될 때, 비로소 챗GPT가 아이의 성장에 진짜 도움이 되는 공부 도구가 된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챗GPT를 집에 들였을 때, 저는 솔직히 “아이 공부 망치는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써 보는 방식과 태도를 조금만 바꾸어 보니, 오히려 아이의 질문력과 탐구심, 기록 습관을 키울 수 있는 든든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꼭 저희와 같은 방법으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와 내 아이, 우리만의 편하게 길들이는 방법으로 방향을 함께 정해 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정답을 대신 찾아 주는 도구가 아니라, 더 좋은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하게 하고, 배운 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남겨 두게 돕는 파트너로 챗GPT를 활용해 보는 것,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 부모가 챗GPT를 대하는 가장 건강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아이와 함께 챗GPT를 켜 보시고, “뭐라고 물어볼까?”에서 출발해 “이건 어떻게 적어 둘까?”까지 한 번 천천히 걸어가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